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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rbandaddy Jan 04. 2019

예전엔 몰랐던 지역 사회의 시설과 프로그램

협력 : 너는 혼자가 아니다_02


‘우리 동네에 이런 게 있었어?’


지역 사회의 시설이나 프로그램에 대한 사전 조사도 육아휴직을 시작하면서 많은 도움이 된다. 직장에 다니다 보면 정작 자신이 사는 동네에 어떤 시설들이 있는지 모른다. 아니 대략은 알지만 세부적으로 어떤 내용들이 있는지는 모른다고 표현해야겠다. 의도를 갖고 조사하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여러 시설과 프로그램 중에서 이번 글은 공원에 대해, 다음 글에서는 장난감 도서관 (희망놀이터)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유모차를 끌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면 집 근처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게 된다. 무심코 차를 타고 지나갔을 땐 눈에 띄지 않다가 유모차의 속도로 이동속도를 조정하니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개인의 관심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듯 난 주로 지역의 공원들을 탐색하길 좋아했다. 도심에 사는 아이에게 되도록 자연을 많이 보여주고 싶다는 아빠의 욕심 때문이다.

잔디밭에서 맘껏 뒹굴어본 어느날

생각보다 공원이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너무 기뻤다. 지역 내 랜드마크 격인 공원부터 소소한 포켓 공원까지 각 공원은 지역 곳곳에 위치해 있고 또 그 나름대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정체성 때문인지 아이가 노는 방식도 공원마다 조금씩 다르다. 잔디밭에서 뛰고 얕은 언덕을 오르내리는 것을 주로 하는 공원이 있다면 모래놀이를 하고 놀이터에서 놀기 좋아하는 공원이 있고, 한강 공원에선 배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좋아하고, 어떤 공원에서는 꽃을 만져보거나 흔들의자에 타보는 식이다. 몇 번 다니다 보면 눈에 익는지 자신이 주도적으로 아빠의 손을 끌고 원하는 지점으로 데려가기도 한다.


여름에는 공원에 물놀이장이 마련되기도 한다. 수영장에 가긴 애매하고, 잠깐의 물놀이로 시원함을 맛볼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면 아주 적합한 장소이다. 덕분에 이번 폭염에 제대로 피서할 수 있었다. 집에서도 물놀이를 좋아한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물놀이하러 가자'며 수영복을 입는 제스처를 취한다.

매주 한 번씩 공원에서 열리는 장터도 아이에게는 신기한 구경거리다. 장터의 규모가 크진 않지만 나름대로 아이들의 흥미를 돋우는 프로그램 (예를 들면, 떡방아를 쳐본다거나 미꾸라지를 잡는 등)들도 있어 볼거리가 쏠쏠하다. 아이가 먹을 수 있는 간식거리를 사서 먹으며 사람들이 북적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아이에게 건넬 수 있는 말은 무궁무진해진다. 호기심이 많은 아이도 아빠가 가리키는 손가락 방향에 시선을 고정하며 설명을 유심히 듣는 것 같은 모양새다. 물론 이 집중력은 오래가진 않지만 말이다.



“아버님, 이런 종류의 장난감은 어떠세요? 지난번 희망놀이터에서 노는 모습을 보니 아이가 역할 놀이를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요”

육아종합지원센터 내 장난감 도서관을 운영하시는 선생님의 말씀이었다. 아이가 뒤집기를 시작할 때쯤부터 이용했던 장난감 도서관이라 선생님이 아이에 특성을 어느 정도 알고 계셨다. 아내를 통해 남편이 육아휴직을 시작했다는 말씀을 전해 들으셨는지 날 도와주시려는 모습이 너무 감사했다.


장난감 도서관과 희망 놀이터 역시 내가 자주 이용했던 시설이다. 장난감 도서관이 도보 거리 내에 있다는 것이 큰 축복이란 걸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알게 되었다. 장난감 구입 가격이 만만치 않거니와 구입 후 아이가 흥미를 보이지 않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장난감 도서관은 이러한 리스크를 어느 정도 상쇄하는 역할을 한다. 다양한 장난감을 대여하여 2주간 경험해 보면서 아이가 어떻게 가지고 노는지 금방 흥미를 잃진 않는지 판단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덧 이제는 키가 자라서 농구대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장난감 도서관은 아이가 처음으로 세상과 소통했던 장소라고 볼 수 있겠다. 아이가 걷지 못할 때는 부모의 품에 안겨만 있거나, 집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밖으로 나가도 유모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전부였다. 장난감 도서관 내 희망놀이터는 0세의 영아들도 놀 수 있도록 환경이 조성되어있다. 이곳에서 만나는 선생님, 비슷한 연령대의 친구들, 다양한 장난감 등 아이가 세상에 한발 내딛도록 도와준 장소이다.


아이뿐 아니라 나도 육아 세계에 안착할 수 있었다. 집에만 있기 답답할 때마다 찾았던 장소였다. 선생님과 짤막하게 장난감 종류에 대해 문의 드릴 수도 있었고, 희망 놀이터를 찾은 다른 부모와 말을 섞을 수 있는 기회의 장이기도 했다. 종종 특강형의 부모 자녀 프로그램도 저렴한 비용으로 참여할 수 있어 좋았다.


영유아기의 아이를 키우고 있다면 양육자의 주 활동 반경은 거주하는 지역사회에 제한된다. 위에 언급한 공원과 장난감 도서관 이외에도 나의 육아를 도와주었던 시설들이 예상보다 많았다. 무심코 지나쳤던 공공 기관 속에서 부모를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아이 친화적인 시설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육아 준비과정에서 꼼꼼한 조사가 선행된다면 조금 더 풍성하게 육아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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