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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츄럴본킬러 Jul 01. 2021

체육관에서 만나는 공리주의(1)

다수의 이익 이 아니라 그냥 기준이라고요!


크로스핏 정주행을 2015년 여름 이후로 해 오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구매대행 서비스와 또 다른 사업의 확장으로 여성전용운동센터 오픈을 앞두고 있기에, 아이러니하게도 내 몸을 움직일 시간이 없었어요.

소자본 창업 컨셉으로 여성들을 위한 운동공간을 준비 중에 있어요. 작고 아담하고 편안한 공간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게다가, 딸아이 학급의 친구 하나가 코로나 확진을 받았기에 밀접 접촉자로 우리 집 아이들은 둘째까지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했습니다. 오전 오후 공무원과 통화에서 격리 대상자 가족 구성원으로서 집합시설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받지 않았기에, 그리고 그럴 마음적 여유와 정신도 없었기에 피티도 그렇고 체육관도 2주간 마음을 비우고 멀리 했답니다.



다시 체육관으로 돌아갈 때쯤 오랫동안 같이 운동을 했던 친구 하나가 조금은 흥분을 해서 메시지를 보냈어요. 요약하자면, 사람이 너무 많은 저녁대 수업인지라 팀을 이루어 소위 3대 운동이라 하는 스트렝스 수업을 했는데 서로의 운동 능력이 크게 차이가 나다 보니, 그리고 파트너가 운동 초보자이다 보니 운동을 진행하는 방식에 서툴러서  상대방을 보조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소비가 되었고, 결국 본인 운동을 제대로 못하고 끝났다는 것이죠.


흥분해서 장문의 문자를 보내는 그에게

일단은 우쭈쭈 하면서 달래고 편들어주며 대화를 마무리했고, 어차피 얼굴 본지도 오래, 그날 운동은 못하지만 체육관에 들러야 했기에  둘이 맥주 한잔을 약속했답니다


근데 우리 둘 다 다이어트 중
아니었니?




사실 그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면, 이 친구가 외국인 이기에 코치님의 의도를 완전히 파악 못했을 가능성이 있고, 코치님 또한  예기치 못한 장비 부족 와 너무나도 다양한 운동 능력의 회원들이 당일 들이닥쳤다면

딱히 수가 없었을 거예요. 그리고 서로가 한국어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지 못하는지라, 아마 언어 표현에서 뉘앙스의 오해가 있었을 거예요.


확실히 그날 상황만 본다면

체육관의 대처가 조금 잘못되었다

생각할 수밖에 없었기에

그날 일은 제가 대신 코치님에게 전달하였고

코치님도  잘 이해하고 받아들여주셨어요




맥주가 오가면서 대화의 중심은 결국

회원들이 몰려드는 저녁 타임 7-9시 수업에 대한 불만과 문제점 그리고 해결책인데요.


제목이 공리주의인 만큼  떼로 모여서 그룹으로 운동하는 크로스핏 콘셉트의 체육관이라면 이 부분에 대한 논란과 고민이 항상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초급 중급 고급으로 나누어 수업을 하더라도 회원들이 항상 정해진 시간에만 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체육관 입장에서는 모두가 소중한 회원인데 그렇게 시간에 대해 야박하게 굴고 싶지 않을 테니까요.


10시 타임 늦은 수업과 5-6시 수업도 있지만

직장인의 경우 6:00 수업을 듣기는 힘들고

10:00는  운동을 하기보다 마치고 집에 가서 릴랙스 하고 싶은 시간대죠


그날은


7:00 수업 시간에 24명의 회원이 있었고

길게 바벨을 놓아야 하는 운동시간이라

선발대 후발대 나누어 시간차를 두고 먼저 운동을 시작하는 그룹 대기하다 나중에 시작하는 그룹으로

수업을 했다고 해요


사실은 이런 방식 자체가 문제 될 건 없다고

생각해요. 운동은 어떤 형태로든 프로그램이 될 수 있죠. 그러나 프로그램에 앞서

이런 수업이 프로그램의 효율성 때문인지

그럴 필요가 없는데 인구 과잉 현상으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는지가 문제랍니다


물론 사람이 북적이고 많은 것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지만, 큰 문제 될 것이 없고 서로 배려하고 공간을 나눠 쓰면 된다고 생각하니까요 어차피 같이 운동하려고 모인 것인데.


그러나 사람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내가 불편한 것은 절대 참지 못하죠.  무료로 사용하는 공간이 아닌지라,  기분이 좋고 모든 것이 좋을 때야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지만 , 조금만 서운함 점이 발생해도 그간  좋거나 참을 수 있었던 모든 것이 불만이 되고, 그때부터 가성비를 생각하기 시작하죠.


우리 모두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

온 사람들이니까요.

운동은 자선사업이나 봉사가 아니거든요



에티켓을 지키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죠


그룹이 형성되는 곳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불편함은

인에 의한 불편함이니까요




남동생 체육관의 경우 20-30 평 정도 더 넓은 공간인데 최대 인원을 15명 정도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방역수칙에 의거하기도 하고  운영해본 결과 가장 쾌적하고 이상적인 인원이었다고 해요

그리고 그 체육관은 예약제 시스템에 굉장히 단호하고 엄격합니다. 한 시간 전까지는 예약 가능하다 예약하지 않은 수업엔 절대 입장 불가입니다


처음에는 회원들이 조금 서운하고

불편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서로가 효율적임을 깨닫고 오히려 예약제 수업을 선호하게 된다고 해요. 내가 불편하면 남도 불편한 법이죠.



다수의 이익이라는 관점이 공리주의의 기본이라면

많은 분들이 불만이 없다면 패스해야 하고,

불편함을 느끼는 소수의 의견은 다수의 의견보다 우위에 있을 수가 없고,


또한 여러 가지 기술을 요구하는 크로스핏에서, 능력치가 다양할 수밖에 없는 회원들이 한 수업에서 운동하면서 팀을 이루게 될 때, 그러나 각자의 능력에 맞게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능력치에 맞게 팀을 이루어야 함에 불구하고 부득이하게 모일 수밖에 없을 때,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이 문제는 곧 여성그룹운동센터 오픈을 앞두고 있는 저에게도 고민할 문제이기 때문이에요



그날 대화의 결론은 다음 이야기에서 계속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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