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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츄럴본킬러 May 10. 2020

역도  벨트 파는 영어강사의 작은 성공

2년 반을 살아남은 스타트업의 성과, 나의 얼번핏 그동안 수고했어.  

2017년 가을이었다.  2년 반을 넘게 나는 정확한 사업 개시일을 기억하지 못했다. 다만 얼번핏 운동회에 오는 손님들에게 작은 경품을 드리고자 퀴즈를 생각하다가 얼번핏의 생일과 같은 날 혹은 가장 가까운 날에 생일인 고객 한 분을 추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서야 9월에 내가 시작을 했었구나. 알게 되었다.

2017년은 사실 장사나 사업이라고 할 것 없이 그냥 지나갔다. 쇼핑몰도 구색을 맞추는 용도로만 만들어 놓은 것이었고 말이 업로드지, 한 달에 1-2개 상품 올리는 것도 버거웠던 때였다.


그때는 시장 조사도 그 어떤 것도 없이 그저  내 맘대로 가격을 정해서 올리고, 수정도 했다가, 판매 정지도 했다가 거진 아비규환의 쇼핑몰이었으니, 방문자도, 스토어찜도 그 어떤 것도 없을 수 밖에 없었다. 본업인 강의에 열중하고 있었기에 그러든 말든 나조차도 신경을 쓰지 않았고  주변 사람들에게 투잡을 한다고 , 파이프라인을 하나 더 만들었다고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얼번핏은 그렇게 아주 허술하게 시작되었고, 모두의 시작이 서툴고 아쉬운 점이 많겠지만 첫 주문이 가장 설레고 기쁜 가운데, 나처럼 누가 주문하면 어떡하지?라고 고민하는 사람은 아마 별로 없었을 것이다.

가장 최초의 주문 상품이었던 역도화 . 초반에는 역도 벨트 아니면 역도화였다

애초에 시작이 내가 원해서라기보다는, 공동구매를 앞서서 하다 보니, 맘 편하게 구매대행을 좀 하면 어떨까 해서 시작하게 되었고, 좀 더 편하게 배송업체를 이용하고자 사업자 등록을 하고 물건을 사기 시작했기 때문에 누가 사면 사는 대로, 주문이 없으면 없는 대로 편하게 시간이 흘러갔다.  그러나 2018년 여름을 지나면서 소개가 소개를 불러왔고, 나는 아주 묘한 느낌을 받게 되었다. 사람들이 얼번핏을 인지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서비스가 좋았다는 평들을 들었고 심지어는 구매대행은 무조건 여기라는 과한 칭찬도 받았다. 칭찬을 받으니 잘하고 싶어 졌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그냥 되는대로 잘하고 싶은 건지, 정말 잘해서 구색을 갖춘 회사를 만들고 싶은 건지에 대한 기준도, 선택도 없었다. 그저 작은 회사였고, 부업이었을 뿐이었다.


2019년은 본격적인 얼번핏의 브랜딩이 시작되었는데, 초반의 시작을 간접적 협동조합 정도의 개념으로 시작이 된 회사다 보니, SNS 홍보에서 고개들의 입김이 80프로 이상 작용한 것은 정말 대단한 성과였다. 타겟층이 좁고 커뮤니티 운동 문화가 발달한 시장이라 입소문은 정말 산불처럼 퍼졌다. 단순히 내가 구매한 물건에 대한 과시 보다, 나의 스승, 나의 동료 그리고 나의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이곳저곳에서 보였고 피트니스 시장에서 흔하지 않은 여자 사장님으로써 전문적인 제품의 홍보보다 감성 마케팅에 주력한 것이 나름대로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구매대행에서 확장해 첫 사입 제품을 판매하면서 , 같은 물건을 판매하는 업체도 늘어났고 그런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고자, 위탁 채널을 넓혀가는 전략도 마련했다.

지금은 가장 많은 볼륨을 수입하고,  1년 전만 해도 '그런 업체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에서 '아~ 얼번핏 당연히 알죠 ' 정도의 브랜딩은 된 거 같다.

이제는 다들 아시는 거죠? 얼번핏 액티브 웨어



2년 반을 그렇게 고객들하고 정답게 지내왔다. 고객이라기보다 친구 같았고, 사장님보다는 언니, 누나라는 호칭도 많아졌다. 회사를 키우면서 정말 고객과 어울려 지냈다. 힘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가까워졌기에 잘하고 싶었고 친절하고 싶었고 실망시키기 싫었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 빠른 배송을 위해 3번을 강의 중간중간 사무실에 들려 택배를 보내고 견적을 받고  새벽에 일어나 메일을 썼다. 그걸 진정시켜 준 것도 고객들이었다. 택배는  며칠 있다가 받아도 되니 무리하지 말라고 응원 문자를 보냈고, 커피 쿠폰을 보내왔고, 체육관 대표님들은 물건은 꼭 여기서 구매하라며 회원들에게 당부했다.  고맙다는 말을 넘어설 뿐이다.

한번씩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를 넘어서는 더 좋은 말이 있었으면 할 때가 많다.


얼번핏 고객 초청 운동회는 그런 취지에서 내가 마련한 모임이었다. 순위를 매기고 상금을 걸고 경쟁하는 대회보다는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 운동하고 맛있는 것을 먹고 사진을 찍는 그런 캐주얼한 모임이 있었으면 했다.

늘 내가 판매하는, 내가 제작한 옷을 입고 멋진 리뷰를 올려주는 고객들에게 더 좋은 추억을  선물하기 위한  자리이기도 했다.  


얼번핏 운동회 1회 대구 레오짐

 얼번핏 운동회는 국제 대회에 국가 대표로 출전한 선수들부터 현역 코치, 운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일반 회원들과 단 한 번도 크로스핏을 접해 보지 않은 분들까지 다양한 분들이 참가했다.  운동의 구성 또한 기술이나 운동 능력과는 별개의  재미있는 게임형으로 구성되었고, 모두가 즐겁게 운동하고 크게 웃고  만족했던 자리였다.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체육관을 운동회 장소로 선택을 한 것도 , 우리 모두가 경쟁 사회에 살고 있고 또 경쟁해야 하는 위치에 있지만,  비슷한 사업을 하거나 장사를 하는 사람이 늘어난다고 해서 너무 걱정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인식했으면 해서였다.  레드오션이라는 말은, 시장이 성장했다는 말도 되는 거니까.  누군가의 시작을 축하해주고 격려해주고 좋은 것은 확장하고 성장시키고 결국은 그렇게 살아가면 된다는 것을. 경쟁자가 없으면 발전도 없는 것 아닐까.  시작을 고객과 함께 물건을 소싱하고 선정하고 브랜딩을 한 얼번핏에게는 가장 잘 맞는 옷을 입은 그런 운동회가 아니었다 싶다. 앞으로 이 운동회를 어떻게 더 키우고 성장시킬지도 고객과 함께 하게 될 것이고.

운동이 무조건 침 흘리고 기절해야만 하는 건 아니거든요. 재미있게 땀 흘리면 운동이죠.

아이 둘을 키우면서 새벽부터 저녁까지 강의를 하면서 중간중간 견적 상담을 받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 메일을 보내는 이런 일들이 지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가족들이 걱정을 했고 친구들도 염려했고 고객들도 걱정했다. 물건을 구매하면서 귀찮게 한 건 아닌지 미안해했다. 사실, 2년 반 동안 힘들었다.  그래도 적어도 나는 선택했다고 생각했다. 내가 시작을 한 것이 아니라 시작이 된 것이지만, 결국은 거기에 응한 것도 내가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교육 서비스 강사로 오랜 시간을 지냈지만 고객 응대는 여전히 힘들었다.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들과 시작하고 그들을 위해서 한 일이기에 어떻게, 왜 시작했는지 왜 사람들이 나를 찾는지를 생각하면 스트레스가 덜했다.  이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일단 그래도 사업이기에, 어느 정도 마진을 남겨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과 조언이 끊임없이 들어왔다. 왜 그렇게  고객에게 혜택을 많이 주는지에 대한  질문과 충고들이 대부분이었다.


15년 강의를 하면서 수입을 늘리는 것에 대해 단 하나 깨달은 것이 있다면, 너무 돈을 좇을 때는  오히려 일이 잘 안된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일, 자체. 본질적인 문제에 집중할 때 수입은 따라왔던 것 같다.  얼번핏을 시작하면서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려고 한 것도 아니고, 강의는 나의 달란트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육아에서도 힘을 뺄 수는 없었기에 모든 것의 밸런스를 맞추려면 모든 것에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 또한 중요했고 그래서 5년 차가 될 때까지는 이윤에 대한 욕심을 그렇게 내지 말자 라고 생각했다. 여전히 주 수입은 강의료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2019년도 부가세 신고를 하면서 오프라인 매출을 제외한 쇼핑몰 매출만 확인하게 되었는데, 2018년도 대비 얼번핏은 300% 성장했었다. 오프라인 매출을 더 한다면 300% 이상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그간  사람들이 나에게 했던, 그리고 나 스스로 나에게 던졌던 질문의 대답은 확실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공익을 조금은 생각하는 멋진 사장님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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