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불가능 올라운드 플레이어랍니다
강의에 비하면 몇 배나 역동적이고 드라마틱한 구매대행사업이다. 사람의 정신을 쏙 빼놓는다고나 할까.
아직 배우는 과정이고 여전히 3년 미만의 경력이라 스스로 초보라고 느껴서일까? 신경써야 할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런 점을 생각한다면 강의는 나에게 참 편안한 커리어이다. 15년을 강산이 변하고도 남은 시간을 오롯이 한길을 걸어왔으니.
그렇지만 내가 기업 출강 강사로써 강의에 집중을 한 것은 최근 몇 년이었다. 중고등학생 수업은 퇴근 시간도 늦고 주말 수업을 피할수가 없었기에, 아이들이 커가면서 자연스레 학생들 수업은 줄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신 대비를 하는 학생들 수업과는 목적과 성격 자체가 다른 수업이기에 처음에는 밤을 꼬박 세우면서 자료를 만드는 재미에 빠졌다. 새벽 강의도 좋고 점심 강의도 좋고 오퍼가 오는 대로 다 하려고 노력했다.
잘난척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대구에서 '오픽', '토익스피킹' '현대기아SPA', '일반회화' '토익', '텝스, '비지니스 회화' 까지 개설되는 수업을 가리지 않고 투입 될 수 있는 강사로는 내가 손가락안에 들지 않을까 싶다.
절대 내가 잘나서가 아니다. 그만큼 사람들이 새로운 것을 준비하고 도전하는 것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문법강의를 오래 한 사람은 문법이 편하다. 회화수업을 좋아하고 오래한 강사들은 자료를 많이 만들거나 성적을 올려야 하는 시험들이 부담스럽다. 전문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영어 자체가 시험의 유형이 다르거나 학습하는 형태가 다르다고 해서 완전히 다른 언어로 바뀌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영어는 영어일 뿐이다 .
오픽 강의 잘하는 사람이 토익 강의는 어렵고 토익 강의 잘 하는 강사지만 회화 수업에 취약하다면 이상하지 않은가? 영어는 잘하면 잘하는 것이고 못하면 못하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시험의 유형이 다르다면 자료나 수업 패턴만 조금 신경쓰면 될 뿐. 그까짓 자료 만들면 그만이고 단지 성가시고 힘들뿐이지 못하는 것은 아닌것이다. 못하는게 아니고 안하는 것이다.
그래서 굳이 말하자면 저는 올라운드 플레이어인 셈이죠!
내가 지방에서 강의를 한다는 지역적인 이점도 있었다. 딱히 학벌을 중시하는 것은 아닌데 서울에서 강의를 한다면 수 많은 해외파 강사들이 나의 경쟁자들이 되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강의를 이어왔다면 대구에서보다는 일을 따내거나 계약이 되는 강의들이 더 적었을 것이다. 공급만큼 수요도 많고 또 퀄리티 있는 수요가 많은 곳이니까. 그러나 서울 경기권 출신 강사라는 점이 대구에서는 플러스 1점 정도는 되었다. 물론 그저 1점이다.
업체들이 보는 것은 우선은 경력이고 포트폴리오다. 경력이 경력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그룹수업도 하지만 기업체 임원들을 위한 1:1 수업이 주를 이루는데 나는 강의 피드백이 좋은 편이다. 감탄이 나오는 훌륭한 수업을 하느냐고? 아니다. 임원 수업의 팁을 이야기하자면 60%의'끼'와 40%의 '강의력'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주 묘한 구성의 수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결국은 언어를 학습한다는 것은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고 상대방을 '이해'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소통'에 능한 사람이 강의나 강연에 적합하다 볼 수 있다.
사실 내가 학부모님들 상담을 오래 했고 까다로운 임원 수업을 장기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구매대행 사업의 고객 응대에 엄청난 도움이 되었다. 그 어떤 까다로운 고객도 모기업의 상무님이나 부사장님만큼 까다롭지도 어렵지도 않았다. 매일 전화해서 한시간씩 혀 짧은 목소리로 하소연 하는 어머님들보다 한숨 나오는 고객도 없었다. 생각만해도 스트레스 받는다고 사람들은 이야기하지만 다시 한번 이야기하자면 , 다르게 생각하면 일도 다르게 보이는 법. 징징대며 한 시간 내내 하소연하며 대화를 이어가는 엄마의 포인트는
우리 애 좀 잘 봐주세요 선생님
인 것이다. 나도 아이들이 있기에 그 마음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되고 내가 할 일은 그 마음을 받아주면 되는 것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영어 수업의 방식에 대해 일장연설을 하는 임원들 같은 경우는 결국은
저는 부하직원들 앞에서 영어를 잘하고 싶어요. 도와주세요
인 것이다. 그 포인트를 잘 이해하고 나서는 일장연설하는 것도 괴롭지가 않았다. 어떻게 도와드리면 될지에 대해 수업 고민을 더 하게 되었고 대개는 나의 1:1 수업 방식에 만족해 하셨다.
일이 나를 괴롭힐 수 는 있지만 일을 컨트롤 하는 능력은 나의 상황이나 환경보다는 사실 일을 대하는 나의 태도에 달려있는 것이 맞다. 강의와 구매대행 사업은 내게 크게 다르지 않을 때도 많다.
매일 꼼꼼한 프로세스 진행을 해야 하고, 고객과의 소통에 능해야 한다. 더 재미있는 일은?
아직은 나는 강의가 편하다. 숙명이라고 생각하고 언제나 재미 있다. 구매대행 사업을 하며 강의를 하는 이유는 좋아해서이기도 하지만 기업 외국어 교육 강사로써의 나의 커리어는 몇년 후에 종료될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몇년은 정말 불꽃처럼 타오르는 강의를 하고 장렬하게 꺼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