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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반그리너 May 05. 2023

퇴사하면서 깨달은 세 가지

한 쪽 문이 닫히니 또 다른 문이 열린다



지난달, 나는 18년간 다녔던 직장을 퇴사했다. 스물셋에 입사해 20, 30대 청춘을 보낸 소중한 일터였다. 최근 몇 개월간 건강이 안 좋아 갑작스럽게 퇴사를 결정했지만 지난해부터 머릿속으로 수없이 퇴사를 준비해 왔다.

나름대로 철저하게 계획했다고 생각했는데 사직서를 쓰려니 쉽지 않았다. 매달 따박따박 계좌에 꽂히는 월급을 포기하는 게 힘들었고, 알게 모르게 쌓아온 이력과 네트워킹이 한순간에 사라지면 어떡하나 두려웠다. 나도 사람인지라 조금만 더 버티면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시간을 주도하고 싶었다. 하루 절반을 회사에 앉아있는데, 육아까지 하려니 시간 거지나 다름없었다. 새벽이란 시간을 찾았지만, 절대적인 시간 자체가 부족했다. 새벽기상을 이어가기 위한 체력도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때부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기 위해 어떤 일을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지 적절한 비율을 찾아보기로 했다. 이른바 N잡러 레시피였다. ㅋㅋㅋㅋㅋㅋ 오랜 고민과 결단 속에 그 비율이 서서히 손에 잡히기 시작했다.


그래서 결단을 내렸다. 내가 가진 것을 내려놓아야 살 수 있다는 사즉생의 마음이었다. 누군가에게는 나의 퇴사가 시간적 여유를 찾기 위한 한가로운 결정으로 보일지 모르겠다. 24시간이 온전히 내 것이 된 이 N잡러의 시간은 1분 1초가 돈으로 환산된다. 적당히 회사에서 시간 채우다 퇴근하는 삶은 이 세계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정글에서 오직 나의 경쟁력 하나로 효율적으로 일해야 나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한쪽 문이 닫히니 또 다른 문이 열렸다. 그만두자마자 오랫동안 쓰고 싶었던 매체에서 객원 기자로 글을 쓰게 되었다. 직장은 나왔지만 직업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때마침 두 번째 책이 출간을 앞두고 있다. 세 번째 책을 쓰기 시작했다. 이 책들이 나를 또 어떤 기회로 이끌어줄지, 한 번도 서보지 않는 무대로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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