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숙, 《내게 맞는 일을 하고 싶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일상이라고 항상 순탄하지는 않습니다. 일은 주가처럼 등락이 있어요. 힘들다가도 잘 풀릴 때가 있고 진행이 원만한 것 같다가 어그러지기도 하고요. 모든 게 귀찮고 싫어지는 날도 있어요. 그런 날이 지속되는 시기를 우리는 슬럼프라고 부르지요. 좋아하는 일을 해도 슬럼프가 옵니다.”
- 김영숙, 《내게 맞는 일을 하고 싶어》
“안녕하세요. 저는 작가이자 기획자이고 작은 책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요즘 나를 소개하는 첫 마디이다. 나의 정체성 중 작가가 맨 앞에 놓인다는 것은 그만큼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며 귀찮고 싫어지는 날이 오더라도 결코 변하지 않을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6년 나의 첫 책이 나오고 몇 년이 지났음에도 가끔 내가 나를 작가라고 소개하며 겸연쩍을 때가 있다. 등단한 작가도 유명한 작가도 책이 몇 십 쇄씩 잘 팔리는 작가도 아니기 때문일까. 몇 번의 말없는 거절과 곧 죽어도 날 작가라고 부르지 않는 사람들 때문일까. 한 번은 책방에서 연 북토크에 온 작가는 나를 글을 쓰고 책도 낸다고 소개하는 출판사 직원의 말에 들리지 않는 콧방귀를 뀌었다.
책방 운영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서울의 꽤 크고 잘나가는 책방과 비교하며 내가 운영 중인 책방을 은근슬쩍 깎아 내린다. 매출과 규모를 운운하며 책방을 운영해 본 적 없는 사람들조차 비교하기 바쁘다. 처음 책방을 열며 퇴직금의 백 원도 책방의 시작에 쓰지 않았다. 책방 역시 규모의 경제 안에 들어있지만 처음부터 대규모 경영의 이익은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젠가 어느 출판사와 어느 독립출판 작가는 자신의 책이 A서점에서는 잘 팔리는데 왜 여기선 안 팔리느냐며 책방을 탓했고, 거래조건을 달리 두기도 했다.
회사를 그만두는 이유가 일이 아닌 사람 때문이라고 했던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일상이라도 내 하루가 어그러지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사람 때문이다. 사람 때문에 가끔 지레 혼자 주눅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어차피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나의 글이고 나의 책방 아닌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대로 해도 괜찮다. 조금은 능청스럽거나 수줍지만 당당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