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어떤 길로 가는 게 좋을까요?”
“그건 네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에 따라 다르지.”
“어딜 가든 상관없어요.”
“그럼 어느 길로 가도 상관없겠네.”
“하지만 어딘가에 다다르고 싶어요.”
“그래? 그건 아주 간단해. 계속 걷다보면 어딘가 가 닿게 될 거야.”
- 루이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세상엔 어중간한 재능만큼 불편한 게 없다. 나는 내 어중간한 재능이 항상 불편했다. 재능과 세계의 요구가 교차하는 지점에 천직이 있다고들 말하지만 나의 재능과 세계의 요구는 평행선 같았다.
어릴 적 꿈도 많았다. 나의 꿈은 선생님, 음악가, 화가, 패션 디자이너를 거쳐 건축가에 도달했고 결국 건축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원하던 학과에 입학하고 나서도 다른 곳에 눈을 돌리기 일쑤였고 다른 전공과 업을 찾아 나섰다. 어쩌면 이게 내 업이구나 생각하는 일을 찾고도 다른 재능을 각성하기 바빴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조금만 더 운이 따라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럴수록 누군가와 비교하는 나를 마주한다. 나도 저만큼 할 수 있을까? 나는 왜 저만큼 못 할까? 매일 자신감과 자괴감을 널뛰었다.
지금도 어중간한 재능 때문에 헷갈지만 뭐 어떤가. 일단 해자. 해 보다가 이 길이 아니라 생각되면 이제껏 걸어온 길에 그동안 즐거웠다 인사나 나눠야지. 나도 언젠간 어느 길의 끝에 다다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