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하, 《나의 주거투쟁》
“당신이 진정 원하고 추구하는 집은 어떤 모습인가.”
- 김동하, 《나의 주거투쟁》
내 오랜 기억 속 나의 집은 서울 태릉 인근의 아파트로부터 시작한다. 복도식 아파트로 10층 정도 높이에 살았고 아파트 앞에는 바로 놀이터가 있었다. 나는 어른들 눈을 피해 그렇게 고무신을 신고 놀이터에 나갔다고 했다. 그리고 그 후로 오랫동안 아파트와 아파트를 닮은 높은 건물, 아파트를 닮고 싶어 하는 중형 건물을 전전하며 살았다. 물론 중간에 오래된 다세대 주택에 얹혀 살았던 일 년과 이곳저곳을 떠돌이처럼 이사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그것은 마치 아파트와 아파트를 잇는 잠깐의 기억처럼 남아있다.
그 기억들 속 나는 주거 독립을 몹시도 갈망했다. 화려하진 않아도 꽤 괜찮을 것만 같았다. 이후 스무 살이 지나서야 기숙사를 시작으로 반지하, 구옥 이층집으로 독립 했다. 혼자 사는 낭만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집들이었다. 햇빛이 없고 빨래가 잘 마르지 않았던 반지하 방. 방 한 칸에 별도의 작은 부엌 겸 복도, 그리고 화장실이 딸린 아주 작은 집이었다. 대학원을 다니며 몇 년을 살았지만 결국 부엌 수도가 터져 물이 차올라 큰 공사를 해야 한다는 말에 인근 구옥으로 이사를 했다.
햇빛이 잘 들던 구옥 이층집은 방 두 개에 부엌과 작은 거실, 화장실 그리고 베란다까지 있는 오래된 살림집이었다. 이제야 제대로 내 집처럼 꾸미고 살겠다며 책장에 화장대까지 들였다. 그러나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웠으며 밖에서 들리는 소음에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문 하나만 열고 나가면 밖이고 익명이 다수가 지나는 길이라는 생각이 날 두렵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저렴한 보증금에 저렴한 월세, 익숙한 동네는 7년 넘게 그 집에 머물게 했다.
남들이 좋다는 직장을 얻으면 드라마에 나오는 싱글 라이프처럼 세련된 오피스텔에 살게 될 줄 알았지만 현실은 주거의 투쟁과도 같았다. 종종 부동산을 기웃거리고 인터넷을 검색했지만 내가 가진 돈과 내가 쓸 수 있는 돈으로 살 수 있는 집은 한정적이었다.
지금은 결혼을 하며 내 집 장만을 했다. 2100세대 아파트. 아파트 단지 내 좋은 산책길이 있고 인근에 도서관과 수영장이 있고 조금 걸으면 벚꽃이 흐드러지는 안양천이 있는 곳이다. 하지만 아직 나의 주거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뉴스에서 부동산 이야기가 나올 때면 귀가 예민하게 반응하고 동네 아주머니들이 지금 시세가 어떻고 몇 동 몇 층이 얼마에 거래되었고 하는 말을 안 듣는 척 모두 듣는 나다. 이 작은 집 하나로 일확천금을 꿈꾸진 않지만 조금 더 ‘좋은 집’에 대한 욕망은 득실거린다.
좋은 집이란 무엇일까, 나의 진짜 욕망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