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일기] 꿈

폴 마틴, 《달콤한 잠의 유혹》

by 구선아

“꿈과 깨어 있음의 뚜렷한 경계는 사실상 다소 모호할지도 모른다.”

- 폴 마틴, 《달콤한 잠의 유혹》



매일 밤, 잠에 밀려 지곤 한다. 나는 잠에 곧잘 들지만 새벽에 곧잘 잠을 깬다. 대부분 금세 잠에 들지만 그럴 때면 매번 꿈을 꾼다. 언젠가부터 꿈을 많이 꾸기 시작했다. 그래서 대학 때부터 꿈에 관한 책은 참 많이도 읽었다. 구스타프 융, 프로이트는 물론 메를로 퐁티와 같이 현상학자의 책도 찾아 읽었다. 나의 어떤 무의식 때문에 꿈을 꾸는지, 내가 눈치 채지 못한 의식 때문인지 궁금했다.


내 꿈은 총천연색이기도 하고 흑백이기도 하고 대사가 있기도 하고 배경음악이 들리기도 하고 꿈인 줄 알기도 하고 시리즈로 꾸기도 하고 시리즈가 연일 이어지기도 내일 해야 할 일을 미리 꿈에서 마치기도 했다. 그리고 종종 움찔한 기시감도 있다. 어쩌면 잠을 자는 동안과 깨어 있는 상태의 경계가 칼같이 분명하지 않을지 모른다. 의식적으로 꿈을 조정하기도 하고 꿈결에 말도 하고 행동도 하니까.


회사를 다니던 시기 동생과 함께 살던 때였다. 출근 전 동생을 깨우러 동생 방에 들어갔다. 이름을 불러도 일어나지 않기에 어깨를 흔들어 깨웠더니 동생이 갑자기 엉엉 울기 시작했다. 아직 수면 상태였다. 더 힘차게 어깨를 흔들었다. 몇 번을 반복해도 일어나지 않아 너무 놀란 나머지 동생 손을 붙잡고 눈물을 찔끔거리며 더 세차게 깨웠다. 그제야 잠에서 깨어났다.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꿈이 기억이 나지 않는 다고 했다. 얼마나 두려운 꿈을 꾸었을까.


내가 가장 두려운 꿈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꿈이다.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는 배경,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은 분위기, 알 수 없는 표정, 들리지 않는 말들, 그리고 일어나지 않았으면 했던 무엇인가가 일어날 듯한 예감. 꿈을 깨고 나면 꿈이라는 안도와 꿈이라는 다행이 있다.


그러나 안도와 다행 뒤에 가끔은 꿈과 같은 두려운 현실이 나타나기도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문장일기] 시간을 사는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