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일기] 하루 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

황현산,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by 구선아

“내가 살면서 제일 황당한 것은 어른이 되었다는 느낌을 가진 적이 없다는 것이다. 결혼하고 직업을 갖고 애를 낳아 키우면서도, 옛날 보았던 어른들처럼 나는 우람하지도 단단하지도 못하고 늘 허약할 뿐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늙어버렸다. 준비만 하다가.”

- 황현산,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1년 전이다. 책방 오픈 시간이 지나자마자 한 손님이 바삐 들어섰다. 바쁜 걸음과는 다르게 매우 천천히 두 권의 책을 골랐다. 그 중 한 권의 책이 황현산 선생님의 《사소한 부탁》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책방 SNS에 서툰 애도의 글을 올린 터라 우연히 책을 골랐는지 소식을 알고 골랐는지 궁금했다.


“황현산 선생님 아세요?”

“아.. 네.”

“그럼 소식 들으셨어요?”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그녀의 눈이 촉촉해졌다. 그리고는 이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 사실 여기서 얼마 전에 이 책을 보고 처음 알았어요. 그때 책을 살까말까 고민했었거든요. 그래서 여기서 사야할거 같아서 왔어요.”


황현산 선생님은 생전 뵌 적은 없지만 나에겐 선생님이었다. 처음 어른의 글이 무언지 알게 했다. 우람하고 단단한 어른의 글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좋은 책을 쓰진 못해도 좋은 책을 고르고 싶은 마음을 주고 가셨다.

좋은 책을 골라야겠다. 좋은 책방을 만들어야 겠다.


선생님의 말씀처럼 하루 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

그렇게.


*이 글은 황현산 선생님 1주기 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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