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일기] 최선은 이 멋진 여행을 즐기는 것뿐

최갑수, 《밤의 공항에서》

by 구선아

“나는 지금 어떤 시절을 그리워하는 자세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나는 여행이 더 간절하고 나는 갈수록 당신을 더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일단 가 보겠습니다. 가 보면 알겠지요. 끝까지 가 보면 알게 되겠지요.”

- 최갑수, 《밤의 공항에서》 -


한때 여행 작가를 꿈꾸었다. 매일 여행하고 매일 글을 쓰고 매일 사진을 찍는 매일이 낯설지만 설레는 삶. 도시 곳곳을 걸으며 새로운 삶을 만나는 삶. 그러나 몇 번의 여행 끝에 알게 되었다.


“난 여행 작가가 될 수 없겠구나.”


난 매일 여행할 수 없었고 매일 글 쓸 수 없었고 매일 사진 찍을 수 없었다. 난 여행지에서의 순간을 그냥 그대로 나를 위해 누리고 싶은 여행자였다. 맛있는 음식이 나오면 손이 먼저 가고 멋진 풍경을 보면 마냥 바라보고 친절한 사람을 만나면 그저 웃어 보이는 여행자였다. 열심히 며칠간 짠 일정표를 지키는 건 매우 어려웠고 돌아가는 비행기에선 매번 집을 그리워했다.


또 나는 매일 여행이 간절한 것이 아니라 여행지에서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복했던 시간이 문득 떠오르면 여행이 그리워진다. 그때 비로소 알았다. 나에겐 낯선 여행이 설레는 여행이 아니었다. 함께 하는 여행이 설레는 여행이었다.


나는 지금 인터넷 창을 열고 비행기 표를 검색한다.

‘2020년 몇 월 며칠부터 몇 월 며칠까지, 출발 인천, 도착 이곳저곳’


보여주기 위한 여행이 아닌 진짜 행복한 여행을 위해 또 떠날 것이다. 영화 「어바웃 타임」의 대사처럼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 멋진 여행을 즐기는 것뿐이다. 우리 인생의 하루하루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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