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일기] 네 번째 발을 뻗는 일

오은, 「산책하는 사람」 《나는 이름이 있었다》 -

by 구선아

“길이 없었다 발붙일 곳이 없었다 걸어갔다 첫발을 떼고 두 번째 발을 디디고 세 번째 발을 구르고 네 번째 발을 뻗었다 발을 벗고 발들을 벗고 나섰다 발이 닳고 있었다 걸어갔다.”

- 오은, 「산책하는 사람」 《나는 이름이 있었다》 -


직장에 다니면서도 퇴사를 하고서도 책방을 열면서도 글을 쓰면서도 매일 나는 '나의 일'에 대해 생각했다.

"재밌는 일을 해야지."

"세상에 재밌는 일을 하며 돈을 버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돈을 버는 건 모두 힘든 일이야.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내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어차피 일은 다 재미없어.”


일하지 않고는 살 수 없지만 어떠한 일도 개인의 만족과 행복을 채우지 못하는 세상이다. 하지만 사회가 원하는 대로 일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된 것도 사실이다. 어차피 그렇게 일해도 세상이 말하는 성공에 가까이 갈 확률이 높아지지도 않으니까.


그렇다고 진짜 일이란 퇴사를 하거나 세계여행을 떠나거나 하고 싶은 일만 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나의 진짜 일이 대기업 임원이나 공무원, 만화작가나 디자이너, 작가, 누드모델, 청소부 어떤 일도 될 수 있다. 재미가 없어 보여도 좋아했던 일이 아니어도 진짜 일이 될 수 있다.


진짜 일이란 결국 나의 길을 내가 가는 것.

비록 없었던 길이었을지라도 첫발 두 번째 발 세 번째 발 네 번째 발 그리고 다섯 번째 발을 디딜 수 있는 것.


내 발이 닳아도 가보고 싶은 그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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