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일기] 편, 무리, 집단이라는 것

황유미, 《피구왕 서영》

by 구선아

“반면 윤정은 어떤 강요나 통제도 없이 관계에 대한 결정권을 오롯이 상대방에게 넘겼다. 그래서 마음이 편안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수동적인 태도가 둘 사이의 무게를 도무지 가늠할 수 없게 만들었다.”

- 황유미, 《피구왕 서영》


아주 어린 시절, 편을 가르는 것이 무척이나 자연스러웠던 때. 어느 편이든 편이었어야만 했던 때. 나는 이왕이면 조금 더 힘이 센 무리의 편이 되고 싶었다. 그래야 나의 존재가 인정받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힘센 무리에 있기 위해 무리 안에서는 수동적인 태도를 일삼곤 했다.


그때의 아이들은 가난의 냄새를 맡았다. 유명 영화에서처럼 반지하 방 냄새가 아니어도 냄새를 맡아 친구를 나누었다. 아파트 단지로 편을 나누고 출신 학교로 편을 나누었다. 가난의 냄새는 없었지만 가난했던 나는 냄새가 새어나지 않도록 노력했다. 때로는 거짓말로 때로는 비겁함으로 때로는 가난 이전의 모습을 흉내 내면서. 그렇게 힘센 무리에 든 나는 무리 안에서 다시 편을 나누었고 내 편에 들어 온 아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울타리를 만들어 갔다.


편, 무리, 집단이라는 것. 지금의 나에겐 너무나 폭력적인 말. 개인이 개인으로서 인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지금 그리고 어느 무리에도 속하지 않은 개인이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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