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가치 있는 것에 대해 결코 늦은 때는 없단다. 시간의 제약은 없어. 네가 원할 때 시작하렴. 넌 변할 수도, 머무를 수도 있단다.”
-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십 대엔 스물을 기다렸고 스물엔 서른을 기다렸다. 서른이 되면 무언가 엄청난 변화가 있을 줄 알았다. 멋진 집에서 싱글 라이프를 즐기고 세상에 관한 통찰력도 생겨 내가 이끄는 대로 삶이 나아갈 줄 알았다.
그러나 서른, 나의 서른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른다고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서른의 나는 여전히 미숙했고 불안정했고 혼란스러웠다. ‘서른 즈음에’ 노랫말처럼 머물러 있는 청춘이 떠나지도 않아 매번 상처와 사랑을 반복했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영화 대사처럼 싫다든가,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고 싶어질 때도 있지만 괴로워도 참고 기회가 오기를 기다려야 했지만, 나에겐 기회가 오지 않을 것만 같아 매일이 불안했다.
이제 나는 곧 마흔이다.
지금의 나는 서른의 나보다 조금 성숙했고 조금 안정적인 생활을 하지만 여전히 서른의 나와 별반 다르지 않다. 마흔, 나의 마흔에도 아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조금 흰머리가 늘고 주름이 느는 정도겠지. 그리고 그래도 그럼에도 조금씩은 나아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