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일기] 깊이에의 강요

파트리크 쥐스킨트, 《깊이에의 강요》

by 구선아

“사명감을 위해 고집스럽게 조합하는 기교에서, 이리저리 비틀고 집요하게 파고듦과 동시에 지극히 감상적인, 분명 헛될 수밖에 없는 자기 자신에 대한 피조물의 반항을 읽을 수 있지 않은가? 숙명적인, 아니 무자비하다고 말하고 싶은 그 깊이에의 강요를?”

- 파트리크 쥐스킨트, 《깊이에의 강요》


무언가를 시작할 때 오랜 고민 하지 않는다.


입학, 퇴사, 결혼, 창업 등 삶의 굵직한 선택을 할 때도 오랜 고민은 없었다. 이건 어느 순간 생긴 내 성격이기도 하다. 나는 나를 찾기 위해 나의 자아를 찾기 위해 머리 싸매고 고민하지 않는다. 잠시 망설이긴 하나 고민하는 시간에 ‘그냥 까짓것 해보지 뭐.’ 한다. 그렇다고 해보고 후회한 적? 왜 없겠는가.


후회가 들어도 나아가고 싶다면 나아가보거나 그만두어야겠다 싶으면 멈춘다. 한번 시작한 것을 끝까지 해야 한다는 다짐, 고집은 없다. 누군가는 이를 깊이가 없다거나 끈기가 없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누가 누구에서 깊이에의 강요를 할 수 있겠는가. 누가 누구의 깊이를 잴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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