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문숙, 《깊이에 눈뜨는 시간》
“감당할 수 있는 것만 하기로 했다. 문제들을 끌어안고 끙끙거리면서 그게 열심히 사는 거라고 착각했던 어리석음을 버리기로 했다.”
- 라문숙, 《깊이에 눈뜨는 시간》
“어떻게 그렇게 많은 일을 하세요?”
“아니에요. 들여다보면 한 가지 일이에요.”
“진짜 바쁘실 것 같아요.”
“보기보다 진짜 안 바빠요.”
“저도 열심히 살아야겠어요.”
“저 보기보다 엉망진창으로 살아요.”
작가, 기획자, 연구자, 책방 주인으로 다중의 정체성을 가진 나에게 사람들은 꽤 자주 묻는다. 한 사람이 여러 일을 하는 N잡러 시대라지만 아직 낯선 시선으로 보는 이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입장에서는 모두 한 가지 일, 읽고 쓰는 일이다.
한때는 남들에게 인정받는 일, 화려한 일을 하고 싶었다. 그 안에서 어떤 일이든 내 힘으로 해내고 싶었다. 감당하기 버거운 일도 내가 해내야만 그게 일을 잘하는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나는 나에게 버거운 일이나 설득이 되지 않는 일은 하지 않는다. 밖에선 엄청나게 많은 일을 혼자 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안에선 딱 내가 할 수 있는 정도만 한다. 물론 하고 싶은데 시간이, 돈이, 체력이, 사람이 없어서 못 하는 일도 더러 있다. 시간이, 돈이, 체력이, 사람이 그 무엇 한두 개만 있어도 생각하며 끙끙거리던 때도 있었다.
소설가 로맹 롤랑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 영웅”이라고 말한 것처럼 지금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딱 그만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