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일기] 어른의 맛, 다정한 언어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 여행』

by 구선아

“우리는 세상의 온갖 일들을 술에 취하지 않은 맨 정신의 다른 무엇인가로 바꾸어 놓고 이야기하고 그 한정된 틀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아주 드물게 주어지는 행복한 순간에 우리의 언어는 진짜로 위스키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는 적어도 나는 늘 그러한 순간을 꿈꾸며 살아간다.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면, 하고.”
-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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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는 대부분 세 가지 방법으로 마신다. 첫 번째는 위스키 잔에 위스키만 따라 스트레이트로, 두 번째는 얼음을 채운 잔에 위스키를 따라 언더 락으로, 세 번째는 나만의 비율로 물과 섞어서. 위스키를 물에 섞어 마시는 게 낯설지만 일본에서는 많은 사람이 물과 섞어 마신다.

위스키는 어른의 술이다. 어른의 맛이 난다고 할까. 난 그 어른의 맛을 어린이 맛으로 바꾼다. 토닉워터를 가득 넣고 얼음 몇 개를 달그락 넣고 레몬이나 자몽을 넣는다. 달달하면서도 씁쓸하고 차가운 위스키 한 잔이다. 어른이지만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한 잔이다.

스트레이트 위스키가 투명하고 깨끗하지만 날카로운 언어라면 내가 즐기는 위스키는 날카롭지만 다정한 언어다. 나는 늘 다정한 순간을 꿈꾼다. 세상이 나에게, 내가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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