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아바나
아직 뜨거운 오후에 말레콘과
올드 아바나 골목을 오래 걸었다.
그제야 조금씩 아바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리의 삶이 ‘현실’이듯 그들의 삶도 ‘리얼’이다.
‘환상 속의 쿠바’는 없다.
아바나가 기대처럼 ‘순박’ 하지 않다고
실망하지 마라.
아바나에서 여행자는 일종의 ‘호갱’이다.
아바나로 떠날 계획이 있다면 기분 좋게 털릴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갤러리에서 슬쩍 다가와 설명을 해주고
팁을 달라는 안내원,
노래가 나오지 않는 CD를 사거나
5분 거리를 20분 넘게 뱅뱅 도는 인력거를 타고
바가지요금을 물어도,
비 오는 날 덜덜거리다 곧 멈출 것 같은
백미러도 없는 택시에서
유리 없는 창문 넘어 튀어오는 흙탕물을 뒤집어써도
호탕하게 웃어넘길 수 있는 그런 여유 말이다.
#2017년10월6일의_기억
#작은_전시_준비
#다시_아바나
#을지로는잠시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