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콘 2

일상을 버티게 해주는 아바나의 숨구멍

by 정지현

제주에서 고등학생들에게 사진을 가르치는 친구가 있다.

머스마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곳을 찍어오라고 과제를 내주었다고 한다.

결과는 예상과 달리 동네 밭 사잇길, 바닷가...자신들이 나고 자란 동네의 소박한 풍경과 장소들이었다.

과제용 면피용 대답이 아니라 진심들이어서 놀랐고

이들의 순수함에 살짝 감동했다고.


같은 질문을 나에게 던진다면

서울에서 태어나 수십 년간 살고 있지만, 지금도 금방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바나 사람들에게 물으면 대부분 말레콘이라고 대답하지 않을까 싶다.

낮밤 가리지 않고,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날에도

연인, 친구, 가족과 함께이든

혼자서 낚싯대를 드리우든 말레콘에 나와 있다.

일상을 버티게 해주는 숨구멍 같은 곳.


파도가 높은 날에는 경찰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보초를 선다.

숙소는 말레콘이 내려다 보이는 2층이었다.

한밤, 높이 들이치는 파도가 가로등 빛에 하얗게 부서지는 풍경도 근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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