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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감독 Jul 15. 2021

<아빠 육아한답시고>

(2014년~현재)

<시작하며>

얼마 전에 아들이 유치원에 다녀와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빠 오늘 유치원에서 엄마를 도와주라고 했어. 엄마가 청소할 때 도와주기, 엄마가 밥 차릴 때 도와주기. 엄마 말을 잘 듣자고 선생님이 말했어. 근데 우리 집은 아빠가 하는데 왜 아빠를 도와주자고는 안 하지? 다른 친구 집에는 아빠가 없나 봐.”


저는 육아 전문가도 아니고 하는 일도 육아나 교육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그리고 결혼을 하면서, 아내가 첫째를 임신할 때까지 저는 제가 전업으로 육아를 하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습니다. 육아와 교육에 아주 무지했던 저는 하나씩 공부하면서 지금은 스스로 생각해도 사고가 많이 확장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육아가 단지 아이를 키운다는 것에 끝나는 것이라 아니라, 사회가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전쟁 이후에 급속도로 발전한 나라는 더욱 그렇습니다. 급격한 산업화는 돈이 최우선이었고 돈을 버는 경제 활동을 하는 사람을 먼저 인정을 해주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집에서 살림을 하고 육아를 하는 엄마들의 노고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게 되었습니다. 21세기에 와서 조금씩 변화하고는 있다고 하지만 육아를 하면서 느끼는 점은 아직 멀었습니다. 여전히 저는 아내가 벌어 다 주는 돈으로 집에서 쉬고 있는 한량이 남편이자 아빠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전업주부들이 워킹맘이 부각되면서 상대적으로‘집에서 노는 아줌마’라는 인식이 사회에 여전하다는 것입니다. 남편들이 화가 나면 툭 던지는 ‘집에서 뭐하냐’라는 말은 마치 관용구처럼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워킹맘들은 남편과 똑같이 일을 하는데 왠지 육아까지 해야 하는 무언의 압박을 받기도 합니다.


어떠한 현상이‘현상’에서 끝나지 않고 생활에 녹아들려면 최소 20년의 세월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간은 한 사람이 태어나 성인이 되는 시기인데요, 아이가 태어나 보고 자라며 그 현상이 일상화가 될 때 정착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저는 아빠 육아가 이제 시작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금도 남자가 육아휴직을 꺼내기는 눈치가 보이고 꺼내도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물론 기업의 잘못만은 아닙니다. 사회적인 인식과 정책들이 수반되어야 하지만 아직도 그렇지 못한다는 것은 우선순위에서 한참 뒤에 있다는 뜻입니다.


아빠가 집에서 살림하고 엄마가 직장을 다니고 때론 아빠가 일을 하며 얼마가 살림을 하는 모습을 어릴 때부터 자연스레 본 아이들은 엄마나 아빠의 역할을 따로 구분 짓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아이들에게 엄마는 그냥 집에서 밥, 빨래, 청소하는 사람, 아빠가 벌어 다 주는 돈으로 그냥 ‘집에서 애 보는 사람’으로 인식되지 않을 것입니다. 자연히 여성에 대한 근본적인 차별도 개선될 것입니다. 저는 페미니스트는 아닙니다. 여성의 사회적 차별에 대해서는 많은 분야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가 여기서 말하는 차별은 전업주부의 삶이 주는 차별을 말하는 것으로 제한해서 말하고자 합니다.


얼마 전에 한 라디오에서 육아에 필요한 정책을 만들어가는 엄마들의 모임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단체의 대표는 국회의원을 지낸 모 의원이었습니다. 그분은 의원활동을 할 때는 오히려 육아 정책에 대해서는 하나도 내질 않고 관심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아이를 늦게 가지게 되었고, 그때서야 얼마나 자기가 무지했는지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의원은 여성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육아를 해보지 않은 탓(?)으로 몰랐다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처럼 여성도 직접 육아를 해보지 않으면 이해를 못하는 것이 육아입니다. 그럼 남성들은 어떻겠습니까? 육아에 있어서는 성별을 초월해야 합니다.


저는 이 글을 통해서 단순히 육아를 조금 해보니 여성들의 마음을 이해하겠다 정도를 넘어 많은 생각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남자들이 육아를 한다는 것이 아내의 고통을 잠시 마나 ‘느껴보자’에서 머문다면 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육아의 본질적인 주체가 되어 부부가 서로의 생각을 끝없이 공유를 해야 합니다. 이런 가정이 많아질수록 국가 전체의 기반이 튼튼해진다고 믿습니다.


  육아 전문가가 아니기에 누군가에게 내 생각을 글로 전한다는 것이 어색합니다.  부모님들께 육아를 위한 생활 속 꿀팁을 드리거나 아이의 학습효과를 증대시키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은 아닙니다. 육아를 하거나 육아를 하게 될 우리가 함께 생각해봤으면 하는 것들에 대한 글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 시기에 함께 육아하며 살아가는 전우가 쓴 넋두리라고 생각하시고 봐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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