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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림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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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지레이 Aug 23. 2020

당신, 왜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거죠?

거울 자아의 집착.




정말 백만 년 만에 불쑥 브런치에 들어와서 이런 주제로 글을 쓰는 것이, 저도 참 어색하긴 합니다. 요즘 들어 온라인 마케팅! 이란 것의 필요를 절실하게 느끼게 되면서 네이버 블로그도 시작을 했고, 인스타그램 및 각종 SNS에도 집중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있는 참이었거든요.



그런데... 누군가 읽어주길, 하트 버튼과 댓글을 달아주길 기대하면서 글을 쓴다는 것참 희한한 과정을 거치는 것이더군요. 그리고 상당히 소모적인 일이기도 합니다. 우선은 키워드 서치를 통해서 내 채널의 전투력으로 상위 노출을 차지할 수 있는 키워드를 정리하고, 거기에 사람들이 좋아할 법한 내용들로 살을 붙여서 글을 씁니다. 아주 개인적인 의견을 담은 글들은 호응을 얻기가 어렵고, 그림으로 돈을 벌거나 특정한 플랫폼에 입점을 하는 방법 등 정보와 노하우를 전하는 글에는 공감과 댓글들이 소소하게 달리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쓰고 싶은 글, 쏟아내고 싶은 글이 아닌 보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글을 써대며 채널을 조금씩 키워가고 있어요. 



image_ austrian-national-library-nadev-SZmVU-unsplash



오롯이 나의 말들을 쏟아낼 수 있는 어딘가에 대한 갈증을 느끼던 중, 브런치를 다시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해야 할 일들과 조급한 마음에 가로막혀 지난 2년간 방치되다시피 했던 글쓰기 공간. 그리고 애초부터 구독 수와 공감수에 집착하지 않아도 되는, 어쩌면 "나를 위한 방". 그사이 거미줄이 몇 겹은 드리운 것 같지만 그래도 몇 번 쓸고 닦고 하면 내가 한 번씩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충분히 될 수 있는 방이라 여겨지는 곳. 그래서 오늘 첫 빗질을 하며 이 방을 한번 쓰윽 훔치고 가렵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저는 많은 사람들에게 응원과 지지를 받아본 적이 없었습니다. 의외로 폐쇄적이고 까다롭기 짝이 없는 성격 탓에 늘 좁은 인간관계를 유지해왔고,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들에게서도 담뿍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거의 받아보지 못했어요..


"그냥, 너는 그런 사람인가 보다... "


하는 식의 반응에 늘 익숙해졌습니다. 다행히 스스로 덜 괴로울 수 있었던 것은, 그렇다고 해서 어떻게든 그 애정을 갈망하며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노력"을 하거나 나를 "포장"하지는 않았다는 것이죠. 그보다는 


"나는 당신이 좋았는데, 당신이 내가 그닥이라면... 뭐, 그래. 나도 이 마음 거둘게."


하는 유치 찬란하고 속 좁은 태도로 밀어내기를 시전해 왔죠. 왜요... 상당한 애정결핍 증세라고요? 네, 맞아요. 인정합니다. 그런데, 어떤 한 곳이든 결핍 없는 인간이 있었던가요? 모든 인간은 자신만의 콤플렉스 = 결핍을 가지고 있는 법이잖아요. 부끄러울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나의 결핍을 인정하기 어려울 뿐, 타인의 눈에는 이미 빤히 들여다 보이는 것. 외로운 사람이라는 것이 늘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니었기에, 나름의 편안함과 장점을 즐기기도 하면서 이 세상에서 모래알 같은 한 사람으로 살아왔던 것이죠.



image_ vince-fleming-Vmr8 bGURExo-unsplash


문제는, 1인 창작자로 독립을 선언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회사의 타이틀을 등에 업고 지지고 볶고를 반복할 때는 그것이 나를 얽매이는 족쇄이고 굴레였지만, 덕분에 나를 드러내야 할 필요는 없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홀로서기를 하고 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나를 내세우기" 해야만 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소위 나를 애정 하는 ""층을 확보하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은 일들도 많았고요.



무언가를 어필하고 호소해야 하는 경우가 점점 생겨나게 되었고, 관심을 얻어보려는 어설픈 시도들은 주로 처참한 결과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좀 더 꾸준했더라면, 좀 더 치열했더라면, 좀 더 성의 있었다면... 하는 반성과 아쉬움이 늘 1번으로 자리했지만, 다른 한편 마음 깊숙이 느끼는 결핍의 메아리는


"네가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다는 것이 가당키나 해? 너답게 살아."


라는 목소리를 끊임없이 전하고 있었어요. 힘 빠지는 저의 결과들에 반해 여기저기서 넘쳐나는 크고 작은 성공담들은 저를 더욱 깊은 시기와 질투의 나락으로, 실망이 가득한 게으름의 상태로 빠지게 하기에 충분했죠.




심리학 이론 중에 거울 자아(Looking Glass Self)라는 용어가 습니다. 인간은  때부터 사회적인 동물이기에 자아의 정체성이라는 것이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서 주로 형성된다고 보기 렵고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리라 예상되는 모습 맞추어 자신을 이루어나간다는 이론이에요. 스스로 굉장히 주체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디에서도 영향받지 않고 자신을 이루었다고 말할 없는 것이죠.



그래서 여러 SNS 활동들에서 타인에 반사되는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이 생각보다 멋지고 번듯하지 않을 때, 실망하는 마음 그리고 유치하게 원망하며 점차 외면하게 되는 마음이 생기게 됩니다. 사실 약간의 눈속임으로 마음이 좀 더 편해질 수 있다면, 나를 적나라하게 비추는 거울도 약간의 "보정 기능"을 장착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까지 들게 됩니다.


"이렇게까지 적나라할 일인가. 나도 편하고 보는 사람도 편할 수 있게 조금은 과장되고 왜곡된 결과를 얻는다면, 좀 더 힘을 내어볼 수 도 있겠는데..."



2014년 드로잉. 붉은 눈의 여자.



힘이 빠지고 무언가 더 해볼 의욕이 바닥까지 가라앉던 날, 나를 향하던 실망과 분노는 어느덧 나를 비추던 당신들의 조각 거울로 향합니다.


"당신, 왜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거죠?"


따져 묻는 나에게 대답은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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