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
"너한테만 말하는 비밀이야."
어린 시절 사소한 이야기들로 유치한 약속의 끈을 만들었을 때부터,
그 친구가 정말로 비밀을 지키는지 안 지키는지 이상한 우정 테스트 같은 걸 하기도 했던 때부터,
비밀 이야기는 내 속에 더 이상 담아두지 못하는 것 들을 밖으로 끄집어낼 수 있는 좋은 핑계가 되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내 옆에 묶어두는 단단한 끈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나는 너에게 나를 다 보여줬어. 우린 이만큼이나 소중한 관계야.'
상대방이 느낄 고마움이나 부담감은 나의 몫이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 관계가 무너질 때, 내가 쏟아낸 비밀 이야기는 마치 섣부르게 칼을 대었다 곧 후회하는 문신처럼 마음에 흔적을 남긴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여기저기 숨겨둔 비밀들이 훨씬 더 많아지고 내용도 아주 심각해졌다.
가까운 이에게 털어놓아 한편 후련하기도 하면서
이 이야기가 내가 모르는 누군가에게로 반드시 퍼져나갈 것임을 알기에 다른 편 불안해진다.
하지만 전하는 이는 나의 좌표를 지우고 익명의 누군가를 칭하며 말을 전하는 정도의 친절은 베풀겠지.
누구에게나 비밀 이야기는 흥미로운 소재이니까.
나의 비밀을 담은 이여.
당신은 나에게 힘이 되는 사람, 내 속의 찌꺼기를 쏟아내어도 미간 찌푸리지 않고 내 등을 두드려 줄 사람.
하지만 당신의 또 다른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는 좋은 안주가 될 가십이겠지.
그걸 알고도 흘려보내는 본심은
나의 이야기가 멀리 퍼져나가 흩어지고 희석되길, 바닷물에 뒤섞인 오줌처럼 철저하게 익명인 누군가의 "그랬다 하더라" 이야기로 잠깐 흐렸다 말기를 바랄 뿐.
나는 후련하고도 불안한 마음을 조금은 즐긴다. 권태로운 일상이 약간 쫄깃해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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