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작가시점 연예대상

반짝이는 그대에게

by 고작
방송국놈들 사이에서 이런 소문이 돈대요.
"일박은 아직도 그렇게 빡세게 찍어?
그렇게 빡센데 누가 일하고 싶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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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말입니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2주에 한 번 집을 떠나고
가장 덥고 가장 추울 때
지붕 없는 곳에서 꼬박 이틀을 일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사람들...
1박 2일을 지켜준 고마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늘 여행의 콘셉트는
<1박 2일의 진짜 주인공>입니다.


2022 KBS 연예대상 - 역대급 예뻤던 무대. 매년 크리스마스 기분을 시상식에서 느끼는 것도 연례행사


연말에 지상파에서 일하는 방송작가에게는 크리스마스, 송년회 보다 더 중요한 행사가 바로 '연예대상 시상식'이다. 일 년 동안 고생했던 프로그램이 상을 받는 것은 매우 보람되고 기쁜 일인데. 시상식을 참석하는 제작진은 준비할 게 많다. (수상 여부는 진짜 모른 채) 출연자가 상을 받을 경우를 대비해 플래카드를 제작하고, 꽃다발 주문, 회식 장소 예약, 시상식 대기실 촬영까지. 제일 중요한 일은 시상식 날짜가 잡히는 대로 촬영 지역을 서울에서 최대한 가까운 곳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희한하게도 KBS 연예대상은 꼭 <1박 2일> 촬영날과 겹치더라. (참고로 일박 촬영은 격주 금-토요일. 시상식은 12월 셋째주 토요일)


이튿날 촬영을 일찍 마치기 위해 기상미션이나 아침식사를 안 찍는다고 해도 구성은 포기할 수 없고. 어디든 토요일 오전, 서울로 올라오는 도로 상황은 좋지 않다. 와중에 그즈음 촬영은 새해 1월에 방송되기 때문에 의미 있는 콘셉트나 겨울여행 느낌을 물씬 내야 하니 근교에서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그냥 서울 촬영을 하면 되지 않냐고? 솔직히 촬영하기 제일 어려운 곳이 서울. 곧 다가오는 설 연휴에 촬영까지 겹치면!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반나절 이상 보낼 수 없기 때문에 서울 여행이야말로 아껴둬야 하는 장소다. 일박은 100명이 넘는 스태프가 일하기 때문에 일정을 쉽게 바꿀 수도 없다. 그래서 명절이든 공휴일이든 고정된 날짜에 촬영은 계속된다.


촬영을 마치고 여의도에 복귀해서 방송국 샤워실이나 근처 호텔에서 씻기만 하고 다시 시상식장으로 출근한 적도 있다. 보통 촬영주는 수요일에 밤새 대본을 쓰고, 목금토 3일 동안 8시간도 못 자는 스케줄 때문에 집에 다녀올 체력도 없는 것이다. 거기다 시상식은 다음 날 새벽에 끝나고 회식까지 마치면 해가 뜨니 강행군이 따로 없다.


물론 다른 프로그램도 바쁜 스케줄을 쪼개어 시상식에 참석하거나, 업무의 연장선이다. 내가 <슈퍼맨이 돌아왔다> 작가일 때는 시상식이 특집이다. 방송국에 처음 오는 아이들의 만남, 일명 '합방'을 촬영하기 위해 본 촬영만큼 품을 들인다. 아이들이 낯선 대기실에서 안전하게 놀고먹을 수 있도록 놀이매트, 식탁의자, 간식, 장난감 세팅은 기본. 아이들의 순수한 수상소감, 생방송 중 아이가 졸거나 무대에 올라가는 등 귀여운 돌발 행동도 슈돌 입장에서는 새로운 분량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놓칠 수 없는 것이다. 또 감사하게도 아이들을 예뻐하는 톱스타들이 슈돌 대기실을 직접 찾아오기도 하기 때문에 가끔 '대박' 아이템이 되기도 하니까 무조건 찍어야 한다.


코로나로 인원 제한을 하던 시절에도 관객은 없지만 시상식은 진행했고, 작가 한두 명만 시상식에 참석할 때도 나는 언제나 담당작가로서 현장에 있었다. 해마다 시상식은 또 하나의 숙제처럼 어깨가 무거웠고, 피해 갈 수 없는 운명이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방송국놈으로 살면서 가장 많이 쓰는 말이다. 그래서 작년에는 운 좋게 돈을 받고 시상식에 참석했다. 시상식을 진행하는 *프롬프트 담당 알바를 했기 때문에.

(*프롬프트 : 방송 대본을 무대 앞 모니터 화면에 띄어 진행자가 편하게 보고 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이 정도면 시상식을 제대로 즐긴 게 맞다.


작년부터 'KBS 연예대상'에는 의미 있는 상이 생겼다. 바로 '올해의 스태프상'

당시 올해의 스태프상을 받은 MC배 님은 <열린 음악회>, <불후의 명곡> 등 KBS 녹화 방송에서 사전 MC로 활약하는 분이다. 나도 같이 방송한 적이 있는데 촬영 콘셉트에 맞춰 준비해 오는 센스와 현장에서 남녀노소를 다 휘어잡는 순발력에 감탄했다. 시상식 사전 무대도 MC배 님의 진행으로 시작했다. 잠시 후 그 무대에서 본인이 상을 받게 되리라는 건 상상도 못 하고. 그래서 더 감격한 그의 수상소감이 인상적이었는데...


"나보다 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시는 스태프들이 많다.

나의 말벗이 되어주는 청경님들,

대기실을 깨끗하게 청소해 주시는 청소미화 이모님들께 영광을 돌리고 싶다."


순간 눈물이 차올라서 고갤 들어~ 흐르지 못하게 또 살짝 웃어~

프롬프트 담당자는 진행자 템포에 맞춰 실시간으로 대본을 넘겨야 하는데. 갑자기 울컥해서 눈물을 닦느라 하마터면 마우스를 놓칠 뻔했다. 그날 누구보다도 기억에 남는 수상소감이었다. 덕분에 고마운 얼굴이 많이 떠올랐다.


<1박 2일> 촬영장에는 보통 120~130명 정도의 스태프가 함께한다. 콘셉트에 따라, 팀당 인원을 늘리거나 줄이는데. 무인도 촬영이 아니면 최소 100명이 기본값이다. 그들에게 매번 촬영을 마치고 "수고하셨습니다!" 인사말을 전했지만 말로만으로 감사를 다 표현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서 스태프를 위해 커피차를 준비할까, 호빵을 쏠까, 양말을 선물할까 고민하던 적이 많았다. (내가 뭐라고...) 그런데 이렇게 의미 있는 상이 생겼으니, 일박 스태프들이 언젠가 '올해의 스태프상'을 꼭 받았으면 좋겠다.


2023 KBS 연예대상 - <1박 2일> 프로그램 이름으로 '대상'을 받아서 감사했던 날


"리얼 야생 로~드 버라이어티! 우리가 누구?!"

이 멘트를 외치는 멤버들이 1박 2일의 주인공이지만.

그들을 빛나게 해주는 수많은 조연들. 최고의 스태프들이 이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현장의 큰 그림을 정확하게 촬영하는 ENG(카메라)팀, 리얼한 모습을 더 생생하게 찍어주는 VJ(카메라)팀, 낮이나 밤이나 세상을 밝혀주는 그저 빛! 조명팀, 가장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여 듣기 때문에 현장에서 멤버들의 컨디션을 제일 빨리 눈치채는 동시팀, 다양한 시선으로 원하는 그림을 만들어주는 지미집(카메라)팀, 가장 높은 곳에서 전체 그림을 멋지게 담아주는 헬리팀, 출연자 케어는 물론 장거리 운전에 늘 잠과 밥을 포기하는 매니저팀, 툭하면 물에 빠지고, 갯벌에 빠지고, 여름에는 땀 때문에 자주 환복하고, 겨울에는 생존을 위해 몇 겹을 껴입어야 해서 수많은 여벌옷을 준비하는 스타일리스트팀, 촬영을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심지어 모두가 잠든 시간에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베이스캠프에서 출연자와 제작진을 지켜주는 경호팀, 촬영 며칠 전부터 멤버들의 완벽한 식사를 준비하는 푸드팀, 촬영지의 풍경과 멤버들의 즐거운 순간을 포착해 주는 포토그래퍼님, 매주 촬영지와 콘셉트를 고민해서 답사, 촬영, 편집, 시사까지 모든 일을 책임지는 연출팀(피디&작가). 그리고 이 모든 식구들의 끼니를 준비하는 밥차팀.


이중에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한 명도 없지만... 개인적으로 장수프로그램의 비결은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켜주신 왕감독님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ENG)강찬희 감독님, (조명)정용태 감독님, (조명)권기종 감독님, (지미집)이은일 감독님, (동시)이남재 감독님. 이분들이 있기에 시즌마다 멤버와 연출팀이 바뀔 때에도 '일박스러운' 모습을 유지했고 현장에서 정신적 지주로서 큰 힘이 돼주신다. 아마 위에 언급한 감독님들은 어느 방송사에서든 공로를 인정받아 조만간 큰 상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래서 나만의 연예대상을 한다면?

'올해의 스태프상'은

어벤저스! 조선의 진행팀에게 주고 싶다.

강원도 영월 - '릴레이 눈 옮기기' 게임 시뮬레이션 중인 진행팀. 원래 '물 옮기기'였는데. 너무 추워서 물을 부으면 얼어버리는 바람에 급하게 눈으로 바꿔서 최종 시뮬을 했다.


그들은 어벤저스처럼 못하는 게 없고, 처음 하는 일도 너무 잘해서 조선시대 때부터 진행팀이었을 것만 같다는 의미로 붙여진 별명이다. KBS에 전문 소품팀, 의상팀, 세트팀이 있지만 급하게 필요한 소품이 있으면 진행팀이 구해주고, 필요한 건 뭐든지 만든다. 촬영 전 모든 게임은 제작진이 직접 시뮬레이션을 하는데. 이때 진행팀이 투입하면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낸다. 어쩜 게임을 만든 제작진보다도 게임을 잘 이해하고 잘하는지! 언제나 최고의 기록을 만들어낸다. 진행팀이 없으면 촬영 진행이 불가하다고 생각한다.


진행팀의 능력은 멤버들도 인정한다. 단체줄넘기를 할 때, 줄을 돌려주는 역할도 진행팀 에이스가 해주면 더 잘 뛸 수 있기 때문에 멤버들이 지명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니까. 뭘 해도 일당백을 하는 진행팀. 멤버들에게 음식을 서빙하는 것도, 멤버들과 겨루기를 하는 역할도, 어떤 미션도 전문 심사위원보다 재미있게 평가하고, 분장과 연기 실력도 뛰어나다. 현장에서 급하게 필요한 소품을 구하는 것도 진행팀이 해낸다. 그럴 때마다 늘 감동했고 고마웠다. 개인적으로 다른 프로그램 메인작가 제안이 와서 흔들릴 때, 나를 붙잡아 준 것도 진행팀 에이스 권정현 & 이원효. 두 사람이었다. 나는 그들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이제 후임도 많은데 시즌1부터 시즌4까지 촬영장에 와주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존재다. 부디 지치지 않고, 오래오래 일박을 지켜주기 바란다.


'올해의 스태프상' 최종심까지 올라온 팀은?

베스트 드라이버! 배차 기장님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멤버들을 픽업하는 매니저가 있다면, 제작진을 픽업하는 매니저는 배차 기장님들이다. 각 팀 배차는 거의 고정인데 나의 담당 배차는 8*** 기장님, 멤버차 팔로우 담당 배차는 4*** 기장님, 또 멤버들과 연출팀이 같이 이동할 때는 일명 *노콤 기장님 차를 탄다. 방송에 제일 많이 나오는 콤비 버스를 운전하시는 분이다.

(*시즌1 때, 노란색 콤비 버스를 운전하셔서 '노란 콤비'의 줄임말. 그때는 연출팀이 노콤을 타고 답사, 촬영을 다녀서 가장 친한 기장님이기도 함. 이제 연출팀 인원이 두 배 이상이라 기동성을 위해 스타렉스를 타며 담당 배차 시스템이 생겼다.)


나의 담당 배차인 배** 기장님은 1차 작가 답사, 피디들과 같이 가는 픽스 답사, 그리고 본촬영까지 같은 지역을 세 번 가신다. 특히 1차 답사는 어느 지역에 가든 최소 7~10가지 장소를 보기 때문에 기장님들은 거의 종일 운전대를 잡고 계신 것이다. 아마 연출팀이 등산을 가거나 섬에 가지 않고는 항시 우리를 어디론가 데려다주는 셈이다. 그나마 쉬는 틈에도 근처에 (촬영날 대비) 대형 주차장이나 공중화장실, 식당을 알아봐 주시는 것도 잊지 않으신다. 연출팀과 한마음으로 움직이는 최고의 인력이다. 아주 무더운 여름날, 답사를 마치고 차에 탄 순간 슬러시를 건네는 센스까지! 기장님 덕분에 뭉클한 날도 많았다.


촬영날 오프닝은 보통 오전 6시~7시. 겨울에는 해가 빨리 져서 더 일찍 시작할 때도 있다. 장거리를 갈 경우 기장님들은 새벽 1시부터 나와 제작진을 태우고 달린다. 추격전이나 촬영 장소가 많아 이동이 많은 촬영 때는 멤버들보다 더 지친 하루를 보내고, 벌칙 때문에 강원도 고성에서 경상남도 고성으로 갑자기 가야 할 때는 진짜 '이 방송국놈들!' 하면서 원망도 하셨을 터.


기장님들이 누구보다 긴 1박 2일을 보낸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장거리 촬영을 마친 날은 "기장님~ 다음 주는 가까운 데로 갈게요!"라고 슬쩍 위로를 전하면 "괜찮습니다. 고맙습니다." 힘든 기색 없이 허허 하고 웃어주신다. 순간 기장님이 일박의 수호신 같다고 생각했다. 베테랑 기장님들 덕분에 지금까지 무사히 여의도로 돌아올 수 있었으니까.


요행을 바라는 사람은 아니지만 만약 내가 로또에 당첨된다면, 배차에 필요한 옵션을 빵빵하게 바꿔드려서 조금 더 편하게 운전하시기를. 또 내가 부자가 된다면 '제작진용 리무진버스'를 사는 것도 목표였다. 안 그래도 고된 환경에서 고생하는데 오며 가며 몸이라도 편했으면 하는 마음. 누군가는 로또가 됐는데 왜 일박에 투자하냐고 했지만, 진심이다. 지금도 달을 보고 출근해서 달을 보며 퇴근하는 기장님들이 부디 건강하시기를 빈다.



마지막으로 아주 사적인 썰을 풀자면...

시상식에서 안 예쁘고 안 멋진 스타는 없지만!

그중에 가장 아름다웠다고 기억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소녀시대 윤아 님.

2011년 KBS 연예대상 MC였는데. 순간 '너무 반짝반짝 눈이 부셔~ 너.너.너.너.너' 였다. 내가 천사를 봤구나! 꽃사슴이 사람이 된다면 이런 모습이겠구나? 싶을 정도로 반한 날이었다. 그동안 아름다운 여배우들을 대면할 때마다 어떻게 이렇게 예쁘지? 여자인 나도 넋을 잃고 바라본 적이 많은데. 그날의 윤아 님은 정말 빛이 났다. 해마다 시상식 때마다 떠오르는 얼굴이다. 어디서 방송작가라고 하면, 누가 제일 예쁘냐는 질문에 떠오르는 스타는 많지만... 윤아 님은 레전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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