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병원 일지 3

김치통 폭파 사건

by 고작

어차피 병원에 입원한 이상...

내 몸은 치료를 받고 지켜봐야 할 일이라

더 이상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문제는 아들...

여덟 살 된 아들이 혼자 있는 시간이 제일 걱정이었다.

올해 남편의 회사 발령으로 부산으로 이사를 와서

우리 가족은 아직도 부산살이에 적응 중이다.

아들을 맡길 가족도 친구도 없고

당장 부산으로 달려와줄 사람도 없었다.


남편은 소통 차원에서 아들에게 핸드폰을 급하게 사줬다.

아들은 갑자기 생긴 핸드폰으로 온 식구들에게 전화를 하고 신이 났다.

그게 족쇄인 줄도 모르고...


"엄마 괜찮아?"

"빨리 나아서 밥 먹어야지!"

"엄마 사랑해"

"보고 싶어요"

sticker sticker


아들과 문자를 하는 날이 생각보다 빨리 와서,

남발하는 이모티콘마저 너무 귀엽고 애틋했다.

아들은 전화와 문자로

스스로 잘할 수 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오히려 나를 위로해주었다.


오늘 아침, 남편은 일찍 출근하고

아들은 아빠가 맞춰놓은 휴대폰 알람에 맞춰 생활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혼자 일어나서, 빵과 우유를 먹고, 세수와 양치를 하고

어제 미리 꺼내놓은 옷을 입고...

실시간으로 통화하면서 마음이 놓였다.

핸드폰 사주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며...


그런데 10분 후,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엄마! 급한 일이야.

갑자기 방귀 소리가 나더니 김치통이 터졌어!"


갑자기 내 눈물도 터졌다... 울다가 웃음도 터졌다.

상황은 걱정되는데 '방귀 소리'라는 말이 너무 웃겼다.

엊그제 친정엄마가 보내준 김치가 맛있게 익어가는 중인가보다.

놀란 아들을 진정시키고 남편과 통화를 했다.

남편도 이래저래 바빠서 김치통을 냉장고에 넣는 걸 깜빡한 것이다.


잠시 후 아들과 통화를 했는데...

그 사이 아들은 장갑을 끼고 김치통 주변을 키친타올로 닦았다고 했다.

그래서 손에 김치 냄새가 하나도 안 난다고! 뿌듯한 목소리가 들떠 있었다.

"엄마! 이제 나 학교 갈 시간이야. 다녀오겠습니다!"


언젠가 읽은 책에서

'여덟 살에 배운 것만으로도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 더니...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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