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병원 일지 2

입원 후에 알게 된 것

by 고작

입원을 하고 간호사 선생님과 질의응답을 하다가 알았다.

성인이 되고 출산했을 때 말고, 입원해 본 적이 없다는 것.

정말 감사할 일이었다.

그렇다고 늘 건강했던 몸은 아니다.

아파도 잘 참는 편이었고

바빠서 병원을 미루는 쪽이었다.


그게 문제였다.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 것.

남편은 언제나 이 문제를 지적해왔지만

고집불통인 내가 병원에 간다는 약속을 늘 어겼다.

이렇게 데굴데굴 굴러서 응급실에 기어오기 전까지는.


솔직히 말하면, 아이를 낳고 바쁘게 일하고 살림하는 동안에

혼자 있고 싶어서, '자기만의 방' 을 갖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빨강머리앤이 살 것 같은 다락방에 싱글침대와 작은 책상 하나면 충분하다고.


그런데 입원해보니 지금 나의 병실이 딱 그렇다.

좁고, 어둡고, 딱딱한 싱글침대 위에 식판을 올리니 책상이 따로 필요 없다.

심지어 청소도 해주고, 밥도 주고, 머리도 감겨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에 가고 싶다.


아빠가 얼마 전에 교통사고가 난 것도

내가 입원을 해서야 알았다.

남편이 내 입원 사실을 알리려고 전화했다가 들었다고 했다.

차가 폐차할 지경이었고, 2주 동안 입원했다는데.

자식들 걱정할까봐 연락을 안 한 것이다.

사실 나도 입원 사실을 알리지 않으려고 했다.

부녀가 똑 닮았다.


와중에 아빠는 나에게 다른 데 아픈 데는 없냐고,

어릴 때부터 위가 안 좋았으니 위도 검사를 해보라고

힘든 일이 있냐고 물었다.

나는 괜찮다고, 아프지도 않다고, 별일 아니라고 말했다.

아빠랑 똑 닮았다.


남편은 입원한 김에 집안일은 신경쓰지 말고

잠도 푹 자고, 드라마도 보고, 예능도 보라고 했는데...

입원해서 확실히 깨달았다.


내가 생각보다 잠을 못 자는 인간이고

드라마 정주행을 하면 눈과 귀가 너무 피로하고

(예능 작가라) 다른 예능을 순순히 재미있게 못 보고

배가 고플 때 책을 읽으면 멀미가 난다는 것이다.


그렇다, 나는 3일 동안 금식했다.

오늘 물을 마실 수 있음에 오아시스를 발견한 것처럼 기뻤고

미음이 나왔지만, 그야말로 죽도 밥도 아닌 아무 맛도 나지 않는 것.

먹어도 배가 차지 않는 느낌이다.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떡볶이, 라면, 햄버거, 김치볶음밥, 알리오올리오, 양념치킨, 양념곱창, 김밥, 양상추가 가득 들어있는 샌드위치, 사브레, 자갈치, 양파링, 감자깡, 꿀꽈배기, 다이제스티브초코, 카라멜맛 팝콘, 생크림 케이크, 치즈와 고기가 듬뿍 들어있는 타코를 살사소스에 푹 찍어먹는 상상을 한다.

이게 아픈 사람의 식탐이 맞나?!! 나는 매일 나의 식탐에 놀라고 있다.


입원해서 제일 재미있는 것은 글을 쓰는 시간이다.

이마저도 (배고픔에) 어지러워서 집중하는 시간이 짧은 편이지만

신기하게도 글을 쓰고 있으면 아픈 통증이 사라진다.

어제는 연재에 대한 책임감에 브런치북을 괜히 시작했나 후회했는데

오늘은 이렇게라도 글을 쓸 수 있어서 기쁘다.


오랜만에 안부를 전한 피디님의 말씀 덕분에 웃었다.

"내년에. 엄청 좋은 일이 생길 건가봐요. 작가님!"

올해 들었던 말 중에 가장 설레는 말이었다.



그래, 큰 액땜했다 치자!
내년엔 절대 안 아플 거야.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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