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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나쌤 Oct 25. 2020

매력적인 그림만큼이나 매력적인 선한 영향력의 작가  

작품으로 세상을 바꾸는 크리스 호튼


Chris Haughton(이하 크리스 호튼)은 아일랜드에서 태어나고 영국 런던에 기반을 둔 일러스트레이터 겸 디자이너다. 중고등학교 시절 어느 일러스트레이터를 만났는데 하나의 일에 집중하는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그 뒤 곧바로  일러스트레이터의 길을 걷겠다고 마음을 먹고 예술 대학에 진학했다고 한다. 해리포터의 헤르미온느, 엠마 왓슨이 콜라보해서 더 유명해진 공정무역 패션회사 <피플 트리>에서 디자인 작업을 했는데 그 작업이 타임 매거진에서 선정한 2007년 100대 디자인에 선정되었고, 현재는 영국 BBC, 가디언, 타임스 등의 언론매체의 일러스트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 호튼의 작품들 

내가 처음 크리스 호튼의 작품에 빠진 건 딸이 2살 때인가 지인을 통해 얻은 <엄마를 잠깐 잃어버렸어요>를 만나면서였다. (생각해보니 그는 내가 처음 사랑하게 된 그림책 작가다!!!)  다양한 채도를 통해 변주된 색들로 채워진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감탄했는데, 그가 디자이너였다는 걸 알게 되면서 내가 그의 작품에 빠져든 이유 중 하나를 깨달았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 요소들을 책에 담아놓았던 것이다(여담이지만 나는 디자인에 관심 있어서 산업디자인을 마지막 전공 결정 순간까지 고민했었다). 아이가 어릴 때 선물 받은 <엄마를 잠깐 잃어버렸어요> 책은 이미 딸의 손에서 떠난 지 오래지만 여전히 소장하고 있다. 다른 책들은 아이가 다 읽고 나면 필요한 사람들에게 그때그때 나누어 주었으나, 이 책은 내가 너무 아끼는 책이어서 차마 줄 수가 없었다. <엄마를 잠깐 잃어버렸어요>는 보림출판사에서 처음 외국 작가를 한국에 초청해서 만든 책이라고 한다. 출판사에서도 굉장히 애정을 가지고 만든 것 같다. 


크리스 호튼은 한 권의 책을 만들 때 보통 2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첫 1년은 이야기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그 뒤 1년은 그림 작업을 한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가 작업하는 걸 보면 그림 작업에 1년이나 드는 이유를 알 수 있다. 크리스 호튼은 그림을 일일이 그리고 오려서 작품을 만든다. 모든 그림책이 다 작품이긴 하지만 하나씩 그리고 오리고 붙이는 작품은 아무래도 연필과 물감으로 슥슥 그려내는 것보다 훨씬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을 테다. 


크리스 호튼의 책들은 이야기가 복잡하지 않고 쉬운 영어를 사용한다. 그리고 반복되는 문장과 문장 형식을 많이 써서 영어를 배우는 초급자들에게 좋다. 어린아이들 책 같지만 너무 재미있고 반전도 있어서 초등 저학년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좋아한다. 크리스 호튼의 대표적 작품과 AR 지수는 다음과 같다. 



크리스 호튼의 책이 생각보다 많지 않은 이유를 짐작해보자면, 일단 책 한 권을 만드는데 평균 2년이 걸리기도 하고, 또 그가 전업작가가 아니라 디자이너로서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하기도 해서 그런 것 같다. 크리스 호튼이 하는 프로젝트 중 하나가 네팔의 하위계층 여성들의 자립을 위한 공정무역 NODE 프로젝트다. 네팔 여성들에게 러그 짜는 기술을 가르치는 학교와 함께 협업하여 그가 디자인한 러그를 생산하여 판매하는 프로젝트다. 크리스 호튼은 본인 외에도 다른 디자이너들도 함께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그들이 디자인한 러그를 생산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또한 여러 기관과 함께 환경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많이 했다. 대표적인 프로젝트로 <Message from Antarctica>와 <Little Earth>가 있다. <Message from Antarctica>는 영국의 남극연구소와 함께 협업하여 남극에 대한 정보와 함께 지구 온난화로 인해 남극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을 알린다. <Little Earth>는 그의 책 <Goodnight Everyone>의 숲을 배경으로 밤하늘 별자리도 보고 동물들에게 먹이도 주는 가상현실 게임이다. 그는 이 게임을 통해 아이들이 지구의 아름다움을 깨닫고 지구를 보호하는 행동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했다. 그의 홈페이지 https://www.chrishaughton.com/에 가면 그의 책뿐만 아니라 프로젝트들도 볼 수 있다. (책마다 책과 관련된 워크시트들 많다는 건 안 비밀!) 


디자인을 통해 환경보호와 공정무역을 널리 알리는 그의 행보가 그의 작품을 더 빛나게 해 주는 게 아닐까 싶다. 매력적인 그림책만큼이나 매력적인 작가를 알게 되어 좋다. 일러스트레이터가 꿈인 딸에게 좋은 롤 모델이 되어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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