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 영어 그림책 대표 작가 1- 오드리 우드 & 돈 우드
얼마 전, 함께 몇 개월 간 영어 그림책을 함께 읽었던 분을 만났다. 코로나로 인해 거의 1년 가까이 얼굴을 못 보다가 가까스로 만난 우리는 함께 그림책 읽던 시절을 그리워했다. 헤어지기 전 그분은 내 손을 꼭 마주 잡고 이야기했다. “그때 그 시간 덕분에 아이들에게 그림책 읽어줄 때 작가에 대해서도 더 이야기해줄 수 있게 되었어요. 막내는 오드리 우드의 <The Little Mouse, The Red Ripe Strawberry, and The Big Hungry Bear> 그 책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매일같이 혼자 소리 내서 읽어요.”
<The Little Mouse, The Red Ripe Strawberry, and The Big Hungry Bear>는 나도 정말 좋아하는 책이다. 그림이 너무 예뻐서 표지를 보자마자 한눈에 반한 책인데, 이 책은 부부가 함께 만든 책이다. 그림은 남편인 돈 우드(Don Wood)가 그리고 이야기는 아내 오드리 우드(Audrey Wood)가 썼다. 오드리 우드는 그림책을 정말 좋아해서 신혼여행을 가서 남편에게 그림책을 읽어줬다고 한다. 오드리 우드도 그림을 그리는데 돈 우드의 그림체와는 많이 다르다. 오드리 우드의 그림은 좀 더 장난기가 넘치고 원색을 쓰는 일러스트에 가까운 느낌인데 반해, 돈 우드의 그림은 더 부드럽고 우아한 느낌이다. 미국 도서관 협회에서 주는 칼데콧 아너 상을 받은 <King Bidgood’s In The Bathtub>는 고풍스럽고 우아한 돈 우드 그림의 대표적인 특징을 잘 보여준다. 이 부부가 만든 이야기의 특징은 <The Napping House>처럼 문장이 반복되면서 이야기를 쌓다가 반전을 보여주거나 Piggies처럼 문장을 반복하면서 다양한 어휘를 맛볼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드리 & 돈 우드의 책이 엄마표 영어의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 것 같다.
돈 우드는 어릴 때 농장을 하는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도와 농장일을 많이 해야 했는데, 다행히 형제들 중에 아버지의 농장을 이어받고자 한 형제들이 있어서 돈 우드가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할 때 아버지가 막지 않았다고. 농한기인 겨울에 주로 그림을 그렸는데 종이가 없어서 애로를 겪던 돈 우드를 위해 어머니는 당시 세탁물이 배달 올 때 세탁물을 쌌던 포장지를 다려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해줬다. 원래 돈 우드는 잡지에 그림을 그리는 일들을 했는데 오드리 우드와 결혼하고 나서 자연스럽게 오드리 우드의 책에 그림을 그리게 되었고 잡지에 그림 그리는 일보다 어린이들 책에 그림 그리는 일을 훨씬 즐기게 되었다고 한다.
오드리 우드는 서커스 단에서 그림 그리는 아버지 덕분에 서커스 단원들의 품에서 자랐다. 서커스 단원들은 자신들과 함께 공연하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오드리 우드에게 많이 해 주었다. (그들은 오드리 우드가 커서는 공중 그네를 타는 사람이 될 줄 알았다고… ㅎㅎ) 매일 책을 읽어준 엄마 덕분에 오드리는 세 살에 책과 사랑에 빠졌다. 어릴 때부터 서커스 단원들의 이야기, 책을 통해 들은 엄마의 이야기가 오드리에게 작가로서의 자양분이 된 것 같다. 오드리에게는 두 명의 자매가 더 있었고 부모님들이 딸들을 모두 예체능 쪽으로 키워서 세 자매는 종종 지하에 무대를 만들어 공연을 25센트씩 받고 했다(이때도 오드리는 이야기와 무대연출 담당이 아니었을지..). 오드리 우드는 1학년 때 아빠와 같은 미술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증조할아버지 때부터 대대로 미술가 집안에서 자란 오드리로서는 자연스러운 결정이었을 것 같지만, 여성으로서 미술가는 오드리 밖에 없다고. 하루는 학교에 비치된 닥터 수스 책에 저자 이름을 지우고 본인의 이름을 적어서 문제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오드리 우드에게 이미 이야기 책의 저자로서의 욕심이 있었던 것을 잘 보여주는 일화라는 생각이 든다.
우드 부부의 책은 '사랑스럽고 우아한데 웃기기까지 해서 사랑스러울 수 밖에 없는' 책이다. 위에서 언급한 세 책이 이를 잘 보여주는 책들이다. <The Little Mouse, The Red Ripe Strawberry, and The Big Hungry Bear>는 딸기를 좋아하는 생쥐 한 마리가 잘 익은 딸기를 좋아하는 커다란 곰에게 딸기 한 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딸기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딸기를 커다란 쇠사슬로 칭칭 묶지를 않나, 썬글라스를 씌워 변장을 시키지를 않나... 정말 웃기다. 그런데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 딸기도 먹음직스럽다 못해 너무 예뻐서 먹기 아까울 정도다. 사랑스러움 하면 <Piggies>의 돼지들도 빠질 수 없다. 손가락 위의 돼지들의 몸짓과 표정은 얼굴에 미소를 띄게 만든다. 그림책은 한 편의 작품이라서 모든 작가들이 정말 공들여 그림을 그리겠지만, 돈 우드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정말 그는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여 그림을 그린 것 같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딸기 하나가, 생쥐 한 마리가 정말 생생하게 살아 내 눈 앞에 있을 것 같고(사실적으로만 그렸다는 게 아니라 정성을 쏟아 그려서 눈앞에 있어야만 할 것 같다는 의미), <King Bidgood’s In The Bathtub>의 Bidgood 임금이 진짜로 욕조에서 해양대전을 일으켰을 것만 같다.
오드리 우드와 돈 우드는 앞에 언급한 책 외에도 여러 권의 책을 함께 만들었는데 대표적인 책들은 다음과 같다. 한글로 번역된 쌍둥이 책들도 함께 실었다. 엄마표 영어에선 유명한 책인데 아쉽게도 번역본이 없는 작품들도 있다. (AR과 Lexile 지수에 대한 설명은 https://brunch.co.kr/@urholy/27를 참조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