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까다로운 고객 받지 마세요.”
12주짜리 수선 코스를 들을 때 선생님께서 자주 하신 말이다. 까탈스러운(이건 수선가의 시점이고, 맡기는 손님 입장에서는 ‘섬세하고 패셔너블한’ 사람이다) 손님들이 A라고 요구해서 A로 고치면, 정작 고친 걸 보고 이건 A가 아니라 A-라 한단다. 그럴 때마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수선값은 못 받는 경우가 발생한다. 심할 때는 옷값을 물어주기도 한다니 오죽하면 저렇게 말씀하실까 싶다.
15명가량 되는 우리 반 수강생 중 정작 수선집을 내는 사람은 한두 명에 그치겠지만, 설령 내더라도 기본 수선만 하고 맞춤형 수선은 되도록 피하란다. 소비자 맞춤형 수선 주문을 이런 식으로 쳐내다 보면 결국 빤한 방식 몇 가지만 남게 된다. 바짓단 줄이기/늘리기, 허리 줄이기/늘리기, 지퍼 갈기, 몸통 줄이기... 그러다보니 옷 수선은 부가가치를 늘릴 길이 없다. 게다가 패스트 패션을 위주로 양산되는 옷들의 가격이 워낙 저렴하다 보니 수선비 만 원이라고 하면 깎아달라고 하기 십상이다. 옷을 삼만 원 주고 샀는데 수선비가 만 원이라니...
그런데 말이다. 수선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섬세할 수가 없다. 옷감은 흐늘거리고, 올도 잘 풀리고, 결(식선)도 맞춰서 고쳐야 한다. 맡기는 손님마다 다른 재질의 옷감(그것도 닳아서 얼마 안 남은)을 붙잡고 어떻게든 줄이고 늘리고 고치는 게 수선이다. 수선 장인들이 옷 다루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자면 깊은 내공이 느껴진다. 어찌나 손놀림이 현란한지. 그런데 비용은 인건비를 간신히 넘긴 정도다. 그러다 보니 하던 분들은 마지못해 계속하고, 신규 수선업자들이 유입되지 않는 현실이다.
사실 나도 마찬가지다. 옷을 고치는 일에 관심을 두고 수선 수업을 듣기 전까지는 수선집을 잘 찾지도 않았고, 어쩌다 맡길 때도 수선비가 저렴하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뚝딱 하는 거 아냐?’ 수선집을 찾아서 흥정하고 맡기느니, 그냥 조금 더 입다가 분리수거함에 버리는 게 편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한때 끊임없이 들어오는 일감으로 끼니마저 거르고 작업했던 재봉사, 수선사들은 예전의 영화를 누리기 힘들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의상디자이너들도 한결같이 의상을 제작해 줄 재봉사 선생님들을 구하기 어렵다고 푸념한다. 내가 들었던 수선 코스는 우리 수업을 마지막으로 폐강되었고, 그 방에 놓여있던 재봉틀 15대는 중고로 넘어갔다 (그중 한 대를 내가 사서 집에 가져놓았다.)
옷 수선은 정말 이렇게 사라질 운명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