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멸종위기(직)종, 수선

by 둠칫

“여러분. 까다로운 고객 받지 마세요.”


12주짜리 수선 코스를 들을 때 선생님께서 자주 하신 말이다. 까탈스러운(이건 수선가의 시점이고, 맡기는 손님 입장에서는 ‘섬세하고 패셔너블한’ 사람이다) 손님들이 A라고 요구해서 A로 고치면, 정작 고친 걸 보고 이건 A가 아니라 A-라 한단다. 그럴 때마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수선값은 못 받는 경우가 발생한다. 심할 때는 옷값을 물어주기도 한다니 오죽하면 저렇게 말씀하실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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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명가량 되는 우리 반 수강생 중 정작 수선집을 내는 사람은 한두 명에 그치겠지만, 설령 내더라도 기본 수선만 하고 맞춤형 수선은 되도록 피하란다. 소비자 맞춤형 수선 주문을 이런 식으로 쳐내다 보면 결국 빤한 방식 몇 가지만 남게 된다. 바짓단 줄이기/늘리기, 허리 줄이기/늘리기, 지퍼 갈기, 몸통 줄이기... 그러다보니 옷 수선은 부가가치를 늘릴 길이 없다. 게다가 패스트 패션을 위주로 양산되는 옷들의 가격이 워낙 저렴하다 보니 수선비 만 원이라고 하면 깎아달라고 하기 십상이다. 옷을 삼만 원 주고 샀는데 수선비가 만 원이라니...

그런데 말이다. 수선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섬세할 수가 없다. 옷감은 흐늘거리고, 올도 잘 풀리고, 결(식선)도 맞춰서 고쳐야 한다. 맡기는 손님마다 다른 재질의 옷감(그것도 닳아서 얼마 안 남은)을 붙잡고 어떻게든 줄이고 늘리고 고치는 게 수선이다. 수선 장인들이 옷 다루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자면 깊은 내공이 느껴진다. 어찌나 손놀림이 현란한지. 그런데 비용은 인건비를 간신히 넘긴 정도다. 그러다 보니 하던 분들은 마지못해 계속하고, 신규 수선업자들이 유입되지 않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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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도 마찬가지다. 옷을 고치는 일에 관심을 두고 수선 수업을 듣기 전까지는 수선집을 잘 찾지도 않았고, 어쩌다 맡길 때도 수선비가 저렴하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뚝딱 하는 거 아냐?’ 수선집을 찾아서 흥정하고 맡기느니, 그냥 조금 더 입다가 분리수거함에 버리는 게 편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한때 끊임없이 들어오는 일감으로 끼니마저 거르고 작업했던 재봉사, 수선사들은 예전의 영화를 누리기 힘들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의상디자이너들도 한결같이 의상을 제작해 줄 재봉사 선생님들을 구하기 어렵다고 푸념한다. 내가 들었던 수선 코스는 우리 수업을 마지막으로 폐강되었고, 그 방에 놓여있던 재봉틀 15대는 중고로 넘어갔다 (그중 한 대를 내가 사서 집에 가져놓았다.)


옷 수선은 정말 이렇게 사라질 운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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