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구 년 만에 다시 석사과정을 밟았다. 전공은 ‘과학학 (Studies of Science)’
으응? 그게 뭐냐고? ‘왜 수선을 하려느냐’라는 질문만큼 많이 받은 질문이 “도대체 과학학이 뭐야?”이다.
과학학은 과학기술이라는 대상을 인간·사회·정치·문화 속에서 이뤄지는 행위로 이해하고 분석하는 학문이다. 일종의 메타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도대체 과학기술이라는 지식체계는 무엇이며, 그 역사는 어떻게 되는지, 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으며 상호작용하는지 등을 배운다. 아주 흥미로운 분야이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지만, 나중에 하기로 하자.
수업도 즐겁게 들었지만(역시 학교는 배우고 싶을 때 다녀야 한다), 학교에 다니면서 틈틈이 스타트업과 관련된 수업을 들었다. 내가 학부를 다니던 90년대 중후반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예전에는 ‘사업한다’라고 하면 뭔가 위험한 스멜이 감지되거나, 바람이 잔뜩 들어갔다고 여겨지거나, 보증 잘 못 서면 패가망신한다든가 뭐.. 그런 분위기였던 것 같은데(이건 내가 사회학을 하고 있어서 더 심하게 느낀 걸 수도 있다), 이제는 본인의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구현하려는 학생도 많고, 학교 차원에서도 그런 학생들을 전적으로 밀어주려는 분위기다.
늦깎이 학생인 나는 교수연배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마치 신입생인 양 학교에서 진행되는 여러 스타트업 프로그램에 참여해 가장 기초적인 내용들을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회사 운영의 ABC, 다양한 정부 지원사업, 투자자들의 눈길을 끄는 사업계획서 작성법 등등
갑자기 왜 ‘스타트업’이라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되었을까.
흠... 다소 거창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앞으로 내게 주어진 삶을 인류와 환경에 가장 덜 해로운 방식으로 써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대로 나 몰라라 하고 살면 백 살이든 백이십 살이든 서서히 말라 죽어 가는 생명들을 보면서 우울하게 살아갈 것이다. 얼마만큼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뭐든 하나라도 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극도 그러한 의미에서는 훌륭한 매개체였다. 동시대 사회를 비추고 질문하는 극적 방식이 재미있기도 했고, 사람들과 교감하는 방식도 좋았다. 단지, 좀 더 보편적인 매개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 옷은 누구나 입으니까.
창업 교육 수업에 가면 대부분의 학생은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신기술 관련 아이디어를 들고나왔다. 교수
님 포스의 내가 ‘모두의 수선’ 콘셉트를 들고나오면 예의 바르게 들어주면서도 얼굴에 물음표가 떠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도 해보지 않아서 이게 성공할지 실패할지 모른다. 실패하더라고 고! 삶은 모르는 거니까.
2024년 2월 석사논문을 전자도서관에 등록하고, 본격적으로 사업 준비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