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된 계에서 에너지는 점점 흩어진다 – 열역학 제2 법칙
엔트로피(entropy)는 무질서도다. 모든 것은 흩어진다. 그렇다. 그게 세상의 이치다.
방은 그대로 놔두면 점점 어질러지고 (결코 어지르려고 노력한 적이 없다), 소중한 옷은 점점 해어진다.
이 와중에 생명체는 에너지를 써가며 이러한 엔트로피를 줄이려고 노력한다. 물리학자 에르반 슈뢰딩거(Erwin Schrödinger, 그렇다. ‘슈뢰딩거의 고양이’의 그 슈뢰딩거다)는 저서 [생명이란 무엇인가](1944)에서 “생명이란 엔트로피 증가에 저항하는 존재”라고 쓴 바 있다.
저항하기를 멈춘 순간 생명은 더 이상 생명이 아닌 것이다.
어차피 어질러질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매일...까지는 아니고 가끔 방을 치운다.
생명체는 흩어지는 질서 속에서 다시금 에너지를 끌어모아 질서를 복원한다.
찢겨서 올이 나간 치마, 커피로 얼룩진 셔츠, 무릎이 바랜 청바지... 마모되고 흩어진 옷들에 바늘과 실을 갖다 대고 다시 그러모은다. 이것은 단순한 수선이 아니다. 세상에 대한 역엔트로피적 행위다. 다시 생명을 살리는 일이다. 가장 따뜻한 물리학이다. 불끈!
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순간, 바늘땀 위치가 삐끗했음을 깨달았다. 혁명적 역엔트로피 행위에서 이러한 실수는 대차게 눈감아줘야 한다. 그러모은다고 해서 엔트로피 이전의 상태로 완벽하게 돌아갈 필요는 없다.
오늘도 거창한 구호 아래 침침한 눈으로 바늘을 든다. 나는 하나의 생명체니까.
사시코 자수(刺し子, Sashiko Embroidery)
사시코(사시코)는 일본의 민속 자수 기법이다. ‘작은 칼집’이라는 이름은 홈질만으로 진행되는 이 자수의 바늘땀 모양 또는 바늘이 작은 칼집 같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에도시대부터 내려온 이 자수법은 바다나 논에서 일할 수 없는 겨울철에 여자들이 가족들의 옷을 기울 때 썼다고 한다. 해진 옷을 보강할 때 썼지만, 오늘날에는 패션, 예술의 분야까지 확대되어 다양하게 응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