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그리고 정서적 흙수저와 정서적 금수저
흙수저, 금수저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마음 저 어딘가서부터 올라오는 불편함을 느낀다. 이런 단어가 생겨나게 된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 나는 또 내 아이들은 무엇인가에 대해 강제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답답함, 그러나 이 단어로 인해 개념의 의미가 분명하게 전달되는 것에 대한 아이러니.
제목에서부터 느껴지겠지만 이 책은 마음, 정서가 가난한 사람들의 시작점과, 이 가난함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대물림 되는지, 그리고 대물림을 예방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해 (사)감정코칭협회 초대회장이었으며 회복탄력성 연구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미국 하트매스 연구소의 마스터 트레이너인 최성애 박사와 그의 남편인 현 숙명여대 석좌교수이자 HD행복연구소 공동소장인 조벽 교수가 공동집필한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의 시작점은 '애착'이다.
저자는 애착 이론의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한 존 볼비 박사의 "애착"의 정의를 인용하여 설명한다.
애착이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깊고 지속적인 유대감'을 뜻한다. <정서적 흙수저와 정서적 금수저> p37
애착의 핵심은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 달려와주고 내 편이 되어줄거라는 믿음과 기대"라고 저자는 말한다 (p105). 또한 저자는 이러한 유대감, 즉 애착을, 사람들이 의미있고 건강하게 형성하지 못할 때 생기는 아픔을 '애착손상'이라 정의한다.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나 중요한 욕구가 있을 때 돌봄을 기대한 대상 (부모 등 양육자)으로부터 외면당하거나, 거부당하거나, 버림받은 상처를 '애착손상'이라고 합니다. p39
이러한 애착손상을 입으면 아래와 같은 일들이 일어나며 결국 정서와 마음이 가난한 상태가 된다고 한다.
▶ 내적 도식(schema)이 불신, 불안, 두려움으로 가득참.
▶ 부정적 '인생 대본'이 생김.
※인생 대본: 마치 영화의 대본처럼 자기 삶의 등장인물, 대사, 테마, 플롯, 결말 등을 만들어가는 생각의 패턴이자 삶의 기본 도식 (p39)
※예: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어차피 나는 안 돼' '세상은 차갑고 무서워'
▶정서적 흙수저가 될 확률이 높아짐
이러한 애착손상을 사회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이야기해야만 하는 이유는 이것이 개인과 가족 차원의 불행이 아니라 공동체적, 국가적 불행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학교 폭력, 우울증과 불안증, 황폐한 교육, 심화되는 저출산 문제, 자살 ··· 이 안타까운 현실의 근본 원인을 저자는 '애착손상'이라 보았고, 이에 대해 사회적 차원에서 예방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책을 썼다.
양육자와 아이의 애착 유형
저자는 양육자와 아이의 애착 유형을 4가지로 분류해놓았다.
① 안정적 애착: 신뢰가 탄탄한 아이들
- 탄탄한 신뢰가 형성됨.
- 양육자를 안전한 피신처와 안전지대로 여김.
- 안정적 애착 패턴을 갖고 있는 양육자는 아이의 욕구에 적절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아이를 우선시하며 일관성 있게 반응한다.
- 안정적 애착 관계에 있으면 두 사람 모두 즐거워하고 다정하게 연결되어 있다.
② 불안-양가감정적 애착: 몹시 불안해하는 아이들
- 양육자가 가까이 없거나 자신의 신체적, 정서적 욕구가 즉각적이고 일관성 있는 반응을 얻지 못하니 신뢰를 못, 양육자가 눈에 안 보이면 더욱 불안해 한다.
- 이런 양가형 애착을 지닌 아이의 양육자를 보면 아이의 욕구에 대한 반응이 적절하지 않고 주로 어른 마음대로 이다.
양육자의 기분에 따라, 혹은 몸이 아프거나 남편과 다투거나 하는 식으로 특수한 상황에 따라 아이를 일관성 없이 대하기도 한다. 어떤 날은 아이에게 잘해주고, 어떤 날은 차갑게 대하거나 반응이 없고, 아이가 강하게 애착을 보일 때만 반응하기도 한다. 아이의 미세한 감정이나 욕구 표현을 놓치고, 달래주기 어려울 정도로 떼를 쓸 때만 아이에게 반응을 보이면 아이는 양가감정을 갖게 되고 저항하게 된다. p122
③ 불안-회피형 애착: 무관심한 듯 행동하는 아이들
- 부모로부터 지속적이고 일상적인 방치로 인하여 많은 거절과 실망을 경험한 아이
- 소가 닭 보듯이, 표정이 없고 무관심한 듯 행동
- 이 아이들의 양육자들은 아이가 배가 고프거나 외롭거나 고통스럽거나 할 때 거의 무반응으로 대응했거나, 울면 혼내고 야단을 치거나 한 경우가 많다. 감정적으로 방임형 또는 억압형이라 할 수 있다. 혹은 지나치게 독립성을 강조한 경우가 많다.
④ 혼란형 애착: 어찌할 바를 모르는 아이들
- 양육자에게 강하게 다가가다가 강하게 도망가거나, 양육자와 재회할 때 멍하거나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것처럼 방향을 잃고 혼란스러워한다.
- 이성이 다가오는 걸 거부하는 사람들. 사랑이 결별로 이어지는 고통을 당하는 것이 너무 두려운.
어떻게 정서적 금수저로 키울 것인가
여러 좋은 방향성 제시가 있었는데 그 중 가장 마음에 남는 부분을 적어본다.
① 부부 싸움 대신 부부 화목으로
② 억압하지 말고 엄하게 키우자
- 엄한 것은 모두 지켜야 하는 규칙이느 행동 규범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그 규칙과 규범을 따르게 하는 것.
- 엄한 태도에는 아이를 존중하고 책임감과 판단력 있는 성숙한 존재로 키워주고 싶은 진정한 관심과 돌봄이 깃들어 있음.
- 억압적인 경우 아이가 지켜야 하는 규칙은 바로 어른 자체.
- 저자가 제안하는 원칙: 남을 해치는 행동은 안 된다. / 그리고 자신을 해치는 행동은 안 된다.
③ 아이를 부모의 따뜻한 시선 안에 두자
- 아이를 시선 안에 둔다는 것은 부모의 집착과 간섭으로 꼼짝 못하게 하거나 시키는 대로 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넓은 울타리 안에 방목하되 울타리 밖을 넘나들지 않는지 멀리서 지켜보면서 위급할 때는 바로 달려가주는 것.
④ 놀이터에 보내지 말고 놀이터가 되자
- 심리치료의 대가 앨버트 페소 교수는 부모는 아이와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아이의 영혼에 '존재의 옷'을 입혀준다고 표현함. 즉 부모와 아이의 관계에서 서로 존중하고 서로 충족되는 상호작용을 할 경우, 진실한 영혼의 모습이 고유한 존재로 인정되어 자기다움을 반기고 더 자기답게 되기 위해 성장할 힘을 얻는 것.
이 세상에 과연 애착손상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부모나 양육자로부터 받은 상처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초보 엄마가 되고 난 이후부터 예전에는 인정하지 못했던, 아니 인정하기 싫었던 부모님의 인간됨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부모도 결국 인간이다. 지금의 나보다 더 어린, 20대 후반에서 시작된 부모라는 역할을 그들이 감당하기에 그 상황이 녹록치 않았을 것이라는 것을 이제는 온 마음 다해 이해한다.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면서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자라면서 부모님의 일관되지 못한 일상으로 인해 느꼈던 불안함과 혼돈이 주는 두려움 내지 공포가 어떤지도 또한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내 아이에게는 일관적이고 진정성 있는 삶을 선물로 주고 싶은 갈망이 크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으며 줄을 그은 부분이 참 많았다.
아이가 어디에 있든지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고 귀하게 여기는 그 마음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신뢰하며 자기 자신 또한 그렇게 사랑할 줄 아는 아이. 그렇게 남을 배려하고 이해하고 사랑할 줄 아는 아이. 강하게 자신의 자발성을 키우며 인생의 목표를 성취해가며 살아가되 자기 자신으로써 기쁘게 살아가기 위해 놓여진 경계선, 울타리 밖을 자기 스스로 선택하여 넘어가지 않는 지혜가 있는 아이.
분명한 것은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하나님의 마음이 묵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아- 하나님 아버지도 이런 마음으로 나를 바라보시겠구나. 인간의 부모에게서 채울 수 없었던 깊은 안정감과 사랑을 온전하고 완전하게 채워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 상황과 환경이 아무리 힘들어도 나를 떠나지 않고 따뜻한 눈으로 지켜보며 더 아름다운 삶으로 성장할 수 있는 내적인 용기와 힘을 찾을 수 있는 영원한 원동력. 내가 그럴 가치가 충분히 있는 사랑받는 딸이라고, 이를 외면하고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드는 거짓 속삭임에 넘어가지 말라고, 이를 위해 죽기까지 나를 사랑하신다고. 그러니 괜찮다고. 포기하지 말라고.
사람을 연결하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깊고 지속적인 유대감 이라고 책에서 정의한 애착이 결국에는 신뢰라는 것을 느낀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도 그 누군가의 존재만으로 인해 절대 무너지지 않을 마음의 요새가 존재한다는 신뢰.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충만한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나 역시 흠 많고 정신력, 체력이 약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가능하다. 나의 영원한 요새, 나의 온전한 신뢰를 두고 있는 그분이 나의 흠많고 깨진 부분을 통해 우리 아이들에게 그분의 사랑을 부어주신다면, 가능하다.
So I turn to You.
제가 무가치하고 사랑이 없는 실패자일 뿐이라고 느껴질 때, 제가 신뢰하는 당신께 나아갑니다. 저의 사랑이 아닌 당신의 사랑으로 우리 아이들을 품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