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갈망한다. 짙푸르게 멍든 지극히 작은 자가 환대 받는 공간을.
그것은 마치 심장과 배꼽 사이 그 어딘가에 짙푸른 점이 서서히 물들어 가는 느낌이다. 어느 순간에는 폐의 밑바닥에 소리 없는 소용돌이가 스멀스멀 일어나는 느낌일 때도, 또 어느 때에는 그 둘이 함께 손끝, 발끝까지 물들여 손과 발에 푸르른 생쌀이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일 때도 있다. 소외감이란 그렇게 지극히 현실적인 감각을 갖춘 존재이다.
세상 그 누가 예기치 못한 소외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땅을 밟고 살아가는 사람 중에 이 현실적인 감각으로 인해 옴짝달싹 못 하는 밤을 단 한 번이라도 지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어미로부터 탯줄이 끊긴 갓난아기가 울음을 터뜨리는 것은 처음이라 그렇다 하더라도,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도통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모르는 이 소외감은 무척 당황스럽고 슬프다. 인류에 죄악이 들어온 이래 우리가 상실한 것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누군가를 소외하고 또 소외를 당하는 삶의 양식이 우리를 이렇게나 지독하게 지배하고 있는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치명적인 결핍에 허덕이는 날들을 외면하지 않고 바로 그 위험한 자리를 사수한 이들이 있다. 메마른 땅을 포기하지 않고 갈아엎고, 자꾸만 돋아나는 잡초를 기어코 뽑아내는 이들. 몇 년을 돌보며 겨우겨우 움튼 꽃망울 하나에 기쁨의 눈을 맞추는 이들. 척박하고 거칠기만 했던 땅 한 모퉁이를 끊임없이 돌보아 결국 또 다른 이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아름다운 동산으로 가꾸어 가는 용감한 이들. 이들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진실은 하나의 가능성을 그려볼 볼 수 있게 한다. 바라보는 것조차 고통스럽기에 외면하고 돌보지 않은 바로 그 땅이 삶을 다해 지켜내야 하는 아름다움, 곧 사명(使命)을 발견할 곳이라는 가능성을 말이다.
그렇기에 감히 갈망한다. 짙푸르게 멍든 지극히 작은 자가 환대 받는 공간을. 스멀스멀 솟아나는 소용돌이를 마주할 수 있는 하루치의 용기를 충전 받는 공간을. 시간이 흘러 결국 감각이 돌아온 손과 발로 또 다른 작은 자를 안아주고 싶은 마음의 온기가 데워지는 공간을.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가 받았던 사명이 우리의 사명과 결코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