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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gancia May 19. 2020

역병을 이겨낸 곳에서...

순천 낙안 읍성을 거닐며...

금방이라도 비를 뿌려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하늘은 회색빛이다. 코로나 19로 관광지를 가는 것이 쉽지 않은 요즘. 잠깐이라도 바람 쐬자며 택한 곳은 9년 만에 찾은 순천 낙안읍성이었다.

주말이 아니어서 그랬을까? 마스크를 하고 손소독제를 바르고서 들어선 곳에는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고요했다. 천천히 5월의 읍성을 걷기 시작했다.

성벽을 빙 둘러싼 돌담에는 파릇파릇 연둣빛 담쟁이덩굴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연못에 피어있던 오리온자리를 닮은 수련

5월 읍성을 뒤덮은 건 꽃들이었다. 담장마다 붉은 장미들이 피어 있고 그 아래 분홍빛 달맞이 꽃이 한가득이다. 향기에 취해 연신 꽃들 앞에서 카메라를 들이미느라 바쁘다. 한껏 자신을 뽐내는 꽃들이 사랑스러워 감탄사를 자아냈다.

낙안읍성. 이곳은 대장금 드라마에서 역병을 앓았던 마을로 촬영한 곳이었다. 2003년에 방영했으니 '지금으로부터 17년 전... 아아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렀구나. '


"엄마 역병이 뭐예요?"

"음... 코로나 19 같은 거야. 전염되는 병이라는 거지."

"옛날부터 전염병이 있었어요?"

"당연하지. 역병이 있을 때 의원이 고쳐줬어. 그 장면을 촬영한 곳이 이곳이야."

"그럼 나중에는 코로나 19도 찍는 거예요?"


8살 아이의 질문은 끝없이 이어졌다.


"중요한 건 역병을 이겨냈다는 거지. 아마 코로나 19도 분명 이겨내고 우리는 평온해질 수 있을 거야."

모두의 소원을 입 밖으로 되뇌자 긍정하는 듯 아이의 고개가 크게 흔들렸다.


연둣빛과 꽃들로 가득한 낙안읍성. 역병을 극복한 촬영지에서 나는 아이와 코로나 19를 마주했다. 불편한 마스크를 한 채였지만 다음 방문엔 마스크를 벗고 많은 사람들 틈에서 이 아름다운 곳을 보고싶다

그리고 아이에게 이 말을 꼭 듣고 싶다.


"엄마~ 우리도 역병을 이겨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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