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한마디.
나 : "어멋 너 살아있었어? 얼마만이지? 봄에 통화하고 우리 통 연락을 못했었네"
그녀 : "가시네야... 너 진짜 이러기냐? 내가 연락 없다고 연락 안 한 너는 뭔데?
나 : "미안 미안~ 애들이랑 잘 지내지? 요즘 코로나로 학교도 못 갈 텐데 어떡하니.. 괜찮아?"
그녀 : "넌 애 하나지만 난 애 셋인디 괜찮긌냐? 흐미..."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의 툴툴거림이 오히려 더 정겨웠다. 오랜만이라 어색할 줄 알았던 우리는 어제 만난 것처럼 스스럼없이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가족들은 건강한지, 부모님은 잘 지내시는지... 4년 전 윗집 아랫집 살던 때에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커피 한잔 마실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훌쩍 이사 간 이후에는 전화통화도 어려워지다니... 한참을 이야기하던 도중 친구는 2년이나 훌쩍 지난 일을 꺼내었다.
그녀 : "그래서 선생님들이랑은 연락은 하고?"
나 : "아니 연락 안 하지. 연락 오는 사람도 없고... 그때 생각하면 아직도 막 마음이 아파서 며칠 잠들기 힘들어. 그때 내가 좀 더 잘했더라면 지금 상황이 더 좋아지지 않았을까? 다 내 잘못 같고 그래."
그녀 : "아직도야? 야.... 너... 혹시 화장실에서 똥 싸고 물 내리면 그게 어디로 갈까 생각하냐?"
나 : "아니지 근데 왜 갑자기 변기 이야기?"
그녀 : " 내가 보기엔 네가 잘못한 거 없거든. 근데 자꾸 니탓만해. 몸에 안 좋은 감정 그거 똥이다 똥. 너 그거~ 변기 물 내리고 계속 그 똥이 어디로 갈까 생각하는 거랑 같어. 잊어버려 그냥 좀"
친구의 한마디에 웃음이 나왔다. 그녀의 말이 맞았으므로... 나는 상처 받은 일을 곱씹고 있었다. 이미 내 몸 밖으로 흘러나온 나쁜 감정을 후회한들 그건 친구가 보기에 딱 변기 물 내리고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나 보다.
유쾌 상쾌 통쾌한 그녀. 내게 없는 그녀의 이 쿨함 덕분에 나는 그녀를 동경했다.
그녀 : "가스나야... 내가 전화하기 전에 네가 좀 전화해라~ 글 쓴다고 방에만 있지 말고 애랑 산책도 하고 그래. 코로나 지나면 애랑 놀러 와서 2박 3일 있다 가고 알지?"
나 : "알았어. 네 덕에 내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 쾌변 하고 나온 느낌이야."
시원시원한 그녀 덕분에 나는 오늘 저녁 꿀잠을 예약할 수 있었다. ^^ 사릉한다. 찐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