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말문

by 류리원

말이 없으면 '과묵하다'라는 말을 듣는다.

과거에는 과묵하다는 표현이 다소 진중하고 생각이 깊다는 의미로 내포하며 부정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현대는 좀 다르다. 문화도 달라지고 자기 생각을 말하고 아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미덕인 시대라

더 이상 과묵하다는 것이 긍정적인 표현만은 아닌 것이 되었다.


조선시대 때 직장인을 했어야 하는 건데...


자신의 업무를 아주 잘 처리하고 있고 심지어 많은 양의 일을 하고 있고 남들도 그렇게 알고 있는데

말이 잘 안 나오고 보고서와 같은 글이 점점 안 써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어른도 '말문'이 트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우리가 회사에서 이메일도 많이 쓰고 회의도 많이 하니 말과 글을 많이 쓰는 것 같지만

일이 많아지면 일을 '처리'하는데 집중하기 때문에 내가 이 일을 고민해 보거나 마음속으로 정리하고

그걸 밖으로 뱉는 과정이 생각보다 없어서 점점 말이 잘 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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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들을 생각해 보자.

아기는 엄마 아빠와 말을 하기 위해서 말문이 트일 때까지 열심히 노력한다.

아이는 너무 소통하고 싶을 것이다. 냉장고를 두드리며 '바' , '바'라고 말하는데

바나나 우유 먹고 싶은 줄을 모르고 엄마가 바나나를 꺼내주면 답답하니까.


아이는 '필요'한 게 있으니 말을 배우고 싶고, 그 말을 배워야 하니 엄마를 '따라 하며' 반복한다.

그러면서 말문이 트인다.


그런데 직장인이 일상생활에서는 말을 잘하다가도

왜 회사에서는 말문이 막힐까.


내가 스스로 내 일에 대한 표현을 하고자 하는 '필요'를 못 느끼고(바빠서)

고민해 볼 시간이 없어 말하려는 '시도'를 많이 하지 않다 보니(바빠서)

말문이 점점 막혀가는 수가 있다.

일도 보고서도 점점 많아지는데 아이러니하게 말문이 막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말문이 트이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윗사람의 언어를 따라 하면 된다. 그들이 말을 하는 방식은 '숫자'다.

회사에서 그것만큼은 부정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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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란 무엇인가? 이익을 내는 곳이다.

'돈'을 버는 게 목적이고 나도 '돈'을 받고 회사에 다닌다.

그러니 회사의 언어는 기본적으로 숫자에서 출발하고 돈과 관련이 있다.


제조업, 유통업, 서비스업 등등 임원들이 말하는 방식을 생각해 보자.

그 사람들은 회사의 이익에 있어 나보다 좀 더 거리가 가까운 사람들이고 그것을 위한 보고를 받는 사람이다. 나는 하나의 보고를 하지만 그 사람들은 여러 부서에서 보고를 받기 때문에 정보가 많고, 그 정보를 숫자로 빠르게 입력한다.


그러니 회사에서 나의 말문을 틔워줄 것은 숫자다.

"우리 부서 이번에 00억 이익 났습니다."

" 우리 회사 이번분기에 00억 이익이 나서 저번분기보다 00% 개선됐습니다.

"하지만 목표대비해서 실적은 00% 미달입니다"


생각보다 회사 전체의 숫자를 유념해서 보지 않는 직원들이 많다.

성실히 내 업무에 충실한 나의 공적을 100% 알리지는 못하더라도 나의 공이 너무 축소되지 않게 하려면

적당한 말문은 필요하다.


아주 아쉽게도 나의 성취감과 감성만으로는 회사에서의 대화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니 이제 어른이 되고 직장인이 된 내가 필요한 언어를 수용하고

내가 신경 쓰지 못했던 회사의 숫자를 외워보자.

5개만 관심 가져도 훨씬 많은 것이 들리고 말할 기회가 생길 것이다.


예를 들어, 회사 전체 이익과 우리 부서의 이익만 알아도 우리 부서와 옆부서의 기여도가 비교된다. 회의에서 옆부서와의 협업이 관련된 이슈를 다룬다면 우리가 그 부서에 어떤 요청을 해도 되는지가 보이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게 되면서 말할 거리가 15개쯤은 늘어난다.


문득 어린 왕자에게는 미안하지만

직장인에게는 그들에게 필요한 방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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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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