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억울함을 알리지 못한 날

잃은 것만 있을까요

by 류리원

살다 보면 억울한 날이 있다.

기분 내며 나에 대한 보상으로 소확행을 했지만, 배송은 이미 진행 중인데 인터넷 최저가를 발견했을 때.

그런데 그때보다는, 내가 치고 간 게 아닌데 지나가던 사람이 나를 탓할 때가 좀 더 억울하다

그리고 그때보다는 잘해보려고 한일에 누군가 내 탓을 하는 회사에서의 일이 좀 더 상처다.

내 잘못이 아닌데 자초지종도 모르고 누가 내 탓을 하면... 상실이 파놓은 구덩이에 상처만 가득 차는 기분이랄까.


회사 사람들은 계속 봐야 하는 사람들이고

난 그 안에서 나에 대한 평판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어서 상처나 잔상이 오래가는 것 같다.


해명은 하고 싶지만 타이밍이 늦었고

일일이 찾아가서 설명해 봐야 쪼잔해 보일 것 같고

소심하게 복수라도 하고 싶어도 이미 한수 밀렸고 그럴 배포도 없는 나를 보며

또 입을 열지 못하고 굳게 다물고 있던 시간들이 원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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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회사의 바뀐 정책으로 인해 시행해야 하는 프로젝트가 몇 개 있었는데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우리 부서는 다른 부서에 일을 배분해줘야 했다.

계획서를 잘 짜서 운영부서의 컨펌을 받아 다른 부서들에 일을 배분했는데

운영부서의 확인 실수로 배분된 일의 양이 많아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가까스로 대안을 찾아 운영부서와 일을 배당받을 부서들과 회의를 하는데,

누군가 운영부서의 탓을 할까 봐 마음 가득 염려와 걱정을 담아 운영부서의 편을 들어주는 그 순간

배당받은 부서와 손을 잡고 나에게 화살을 돌리는 운영부서 담당자를 보았다.


그 순간 그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순식간에 나는 가해자 그들은 피해자가 되었다.


'여기서 흥분해 봐야 일만 커지지'라는 생각으로 내가 가해자가 아니라는 변명을 하지 않았는데

내게 돌아오는 비난은 상처로 남았다.


"그런 억울한 일이 있으면 너도 한마디 했어야지!" "원래 누구 생각해 줄 필요 없어. 내 거만 지키면 돼."

가장 많이 들은 얘기고 가장 위로가 되지 않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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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부터는 그렇게까지 누굴 생각해 줄 필요는 없다는 것은 나도 이미 깨달았다.

그런데 나는, 나와 같은 상황에 빠진 사람에게 위와 같은 얘기는 하지 않고 싶다.

"마지막까지 상황을 거칠게 만들지 않으려던 너의 노력 나도 이해한다."

"굳이 남의 실수 끄집어내지 않고 치사하게 행동하지 않은 네가 잘한 거다."

이 말을 듣고 싶었나 보다.


그리고 이 말도 덧붙이고 싶다.

내가 아낀 말들로 지켜낸 것은 분명히 있다.

나의 인내심이든 일을 복잡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평판이든, 내가 하는 말이면 솔직히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는 한 줄이라도.


내가 말이 적었던 그 날은

무언가를 잃기만 한 억울한 시간이 아니라고 꼭 말해주고 싶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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