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효용가치를 고민하시나요?

그런데, 효용가치가 꼭 있어야 하나요

by 류리원

직장은 학교와 달리 돈을 내고 다니는 곳이 아니라 돈을 받고 다니는 곳이니

회사는 우리에게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우리의 노동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노동자에게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를 지속적으로 주려고 애쓴다.


잔소리, 중관관리자를 매개로 한 지침, 고급강사를 초빙한 교육 등등

좀 더 질 높은 노동을 얻어내기 위한 회사의 노력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방법으로는

'기여하지 않는 자'를 기여하게 만들기 매우 매우 어렵다.

오히려 '기여를 하고 있는 자'가 '더' 기여하여 이 한 몸 던지게 만드는 수단이 된다.


그렇다 보니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더 자신의 효용가치에 대해 확신하기 힘들고,

의심하고,

자신을 채찍질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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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이 노동을 활용하는 구조]

그렇다면 언제 자신의 효용가치를 인정하게 될까?

칭찬받을 때? 아님 어떤 일을 끝마쳤을 때?

회사에서라면 대부분은 전자이다.

이것이 회사가 원하는 그림이다.

열일하는 애 찾기->더 열일하게 만들기-> 어떻게 더 열일할지 고민하게 만들기->칭찬하기-> 일 더주기

이것은 결코 회사의 횡포가 아니다.

질 높은 노동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회사 측의 회로이며, 조직의 숙명이다.


안타깝게도 이 자연스럽다 하는 구조 하에서는

특히 자신이 '애매'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스트레스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일은 더 많아지고 다른 사람이 칭찬해 줄 때까지 자신의 가치를 인정할 기회를 찾지 못하니까.


그래서 나는 이 '애매한 나'들에게 효용가치에 대한 고민을 버리라고 하고 싶다.

안 그래도 일을 열심히 할 사람들이다. 누가 뭐래도 책임을 타인에게 전가하고 싶지 않아 하는 사람들이다.

이미 회사에서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들이다.



[효용가치 대신 나의 성취감을 찾기]

만일 내가 하루 출근을 시작으로 노상 컴퓨터 화면보호기가 켜져 있다거나,

근무시간에 커피 같이 마시러 갈 사람을 하루에 3명 이상 찾고 싶어서 메신저에서 배회한다거나

오전 내내 언제가 퇴근시간이냐 목을 빼고 기다리는 사람이라면

월급 받는 만큼 자신의 효용가치를 최소한 찾을 생각은 좀 해야 맞을 것이다.


그러나 회사에서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이미 회사에서 많은 역할을 하고 있으니 나에게서 효용가치를 찾는 일을 놓아보자.


내가 직원으로있는 한, 회사가 짜내는 인력활용에 대한 의지와 조직의 숙명은 바꿀 수 없다.

그저 나에게는 퇴직하는 그 순간까지

저 굴레 속에 '잔잔히' 몸담을 것인지 혹은 '격하게' 몸담을 것인지에 대한 선택만 있다.


그런데 미안하지만 이 회사는 '내 회사'가 아니다.

내가 없으면 망하는 그런 곳이 아닌데 격하게 몸담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안 그래도 100 시대에 80대까지 노동이 숙명인 우리 세대 사람들이

굳이 자신을 더 빨리 고갈시킬 방법을 찾아야만 하는 것인가.


머릿속에서 '효용가치'를 버리자.

'성취감'을 보자.

성취감은 남이 칭찬해 준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서 나온다.

내가 어떤 일을 끝냈으면 그 일이 윗사람에게 큰 칭찬을 받지 못하거나,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더라도

'무사히' 마친 나 자신에게 성취감을 느껴보도록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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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마라톤에서 외롭지 않고 싶다]

나는 본래 나 자신을 잘 칭찬해주지 않았다.


내가 쓴 문구에 대해 팀장님이 불만족스러워하면, '나는 왜 비슷한 지적을 이렇게 자주 받지?' ,

누군가 이 방법 말고 다른 방법은 없냐고 하면, '나는 왜 이렇게 센스가 없지?'

내가 다 해놓은 일을 부장님이 수정하고 있으면, '나는 왜 아직도 못하지?'


그러니 한 달에 몇 번은 우울한 기분으로 퇴근을 하고,

도망가고 싶고 퇴사하고 싶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난 이러기로 했다.

'무사히 끝냈다.' , '오늘 선방했다.', '한 달 동안 내 월급값은 했다.'

이 생각으로 내 성취감을 찾기로 했다.


자아실현의 목표를 낮추라는 의미는 아니다.

회사에서의 효용가치를 찾아내는 것이 나의 자아실현이나 인생의 성취라고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우린 직장인이니까. 그리고 이것은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이니까.

대신 소소한 성취감으로 나의 마라톤을 외롭지 않게 해주어야 한다.


테니스를 배우거나 PT를 하면서 자기 계발에 내는 욕심은 말리고 싶지 않다.

나를 채워가는 과정이지 나를 소모하지는 않으니까.

그런데 직장에서만큼은 내가 속상하지 않게끔 만족할 포인트를 자주 갖고서 덜 소모되면 좋겠다.


이것은 마라톤 중간에 마시는 물 같은 것이다.

밥값 잘한 나에게 누구보다 먼저 칭찬해 주길.

지친 내가 우울해지지 않도록...

'무사히 끝냈다.'

'오늘 선방했다.'

'한 달 동안 내 월급값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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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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