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받고 싶지 않은데 피할 수가 없는 우리
한 번은 그런 적이 있다.
여러 부서가 모여 우리가 발의한 어려운 프로젝트를 설명해야 하는 날이었다. 어김없이 그날도 우리 부서는 회의를 소집했다. 나는 여러 명 앞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의 명분을 멋지게 설명하면서 그 자리를 프로페셔널하게 진행하고 싶었다.
나와 같이 참석하는 팀장님이 보기엔 오랫동안 준비할 회의가 아니긴 했지만
나는 보다 더 자연스럽게 얘기할 수 있는 멘트를 좀 준비해 놨다.
그런데 웬걸.
시작하자마자... 자연스러운 시선처리를 의도하다 보니
말하려고 적은 종이를 제대로 보지 못하면서 길을 잃었다.
마치 차선 바꾸려다 왼쪽도 오른쪽도 택하지 못한 차처럼.
어차피 준비하면서 이해한 내용이 있으니 종이 없어도 된다 싶었는데
사람들의 표정이 안 좋아 보이면서 자신감을 잃었다.
'너무 길었나? 다 아는 얘기 설명하니까 지루한가?'
그래서 결국 A4 반장 정도 되는 내용을
두 문단으로 간결하게 끝내고
난 마치 도로 한 가운데 주차한 꼴이 되어버렸다.
[내가 발표를 정말 못하는 건가]
발표는 학교 다닐 때는 정말 준비한 대로 자신 있게 말을 잘했는데
언제부터 종이가 있어도 없어도 말을 못 하게 된 것일까.
자리에서 대화하듯 업무얘기를 할 때는 잘만하면서,
전화도 그렇게 딱 부러지게 받으면서
사람들 앞에서는 말주머니를 잊는 모양새다.
내가 예전보다 덜 똘똘해져서인가. 덜 야무져서인가.
또다시 나 자신을 탓해본다.
점점 경력이 쌓이면 사람들 앞에서 말할 일이 많아질 것이니
사람들 앞에서 떨지도 않고 말하면 너무 좋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 앞에서 말을 잘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는 아나운서도, MC도, 방송인도 아니고
말을 하는 것이 직업이 아닌 우린 그냥 직장인이다.
[너무 당연히 필요한 시간]
회사에서 사람들 앞에서 말 잘하는 사람 몇 명 되지 않는다.
생각보다 윗사람들이라 해도 사람들 앞에서 다 말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 발표할 때를 들어보면 그들도 포인트를 잘 못 잡고 변죽만 울릴 때도 많다.
우리가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 어려운 건 너무 당연히 '긴장'해서다.
난 방송인이 아니니까.
긴장하지 않으면 나도 침착한 상태에서 뭘 말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
익숙해지면 괜찮다.
그리고 점점 누군가 앞에서 발표하거나 말할 자리가 많아지겠지만
또 점점 연차가 쌓여갈수록 말하기 더 편한 자리도 늘어나는 게 사실이다.
나 역시 점점 후배들이 늘어가고 여기저기서 소위 '주워듣는'얘기가 많아지니까.
직장은 아는 만큼 자신감이 생기는 곳이라는 진리는 결국 부정할 수 없다.
그러니,
점점 늘어갈 발표 자리에 스트레스받을 필요 없다.
나는 점점 익숙해져 갈 것이고
경험이 많아지면서 노하우가 생길 것이고
편한 자리가 더 많아질 것이다.
발표는 그저 내가 하는 일중 하나일 뿐인 나에게
둔해졌다거나 머리가 나빠졌다고 화살을 돌리지 않으면 좋겠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 말이 너무도 당연해서 와닿지 않는다고 해도 상관없다.
다음 발표 때는 좀 더 잘할 수밖에 없게 되어있다.
좀 더 준비되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