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내가 하고 보상은 누가 받고

'원래' 그런 게 어딨 나요

by 류리원

때가 되면 포상도 주고 연말이 되면 인사고과에 승진자 선정까지

직장인의 4분기는 치열하다.

예측할 수 없는 갖가지의 일들로 피평가자의 숨통이 조인다.


포상, 고과, 승진 이 3개는 내가 한 일이 어떻게 보였는지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들이다.

하지만 저 3개가 과연 취지에 맞게 쓰였는가에 대해서는 직장인의 몇% 나 동의를 할까.



[일한 만큼 보상?]

나도 일한 만큼 보상받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류과장 올해 승진했지? 승진하고 나서 역량이 확실히 달라지고 보기 좋았어. 근데 올해는 손 과장이 승진 대상이라서 고과는 챙겨줘야 하니까 양보 좀 해줘.”

“류차장 지난번에 하던 아이템 포상 후보로 올라갔네 축하해. 근데 이번에는 김 차장이 최종 포상자로 확정될 거 같아. 김 차장은 작년 고과가 좀 별로였나 봐. 난리도 아니네. 이해 좀 해줘.”


승진한 직원은 그다음 해에 꼭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이 있는 건가?

아님 동아리 회장직처럼 고과를 돌아가면서 받는 룰이 있나?

난리 치는 순서로 상을 받는 제도가 원래 있는 것인가?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이 말을 해버리면 나의 ‘괜찮음’이 그들의 방패막이이자 나의 약점이 될 것 같아 입 밖으로 꺼내고 싶지 않다. 하지만 결국 해버리는 K 직장인…



['원래'라뇨?]

어떤 부장은 근무태만의 직원에게 좋은 고과를 준다.

괜찮은 직원으로 둔갑시켜서 다른 부서에 넘겨버리겠다고.


어떤 부장은 시끄럽고 징징대는 직원에게 좋은 고과를 준다.

피곤한 일로 엮이기 싫다고.


이 무슨 , 멀쩡한 직원 사기 떨어뜨리는 해괴망측한 고과체계란 말인가.

인사권과 평가권을 저런 식으로 쓰다니.


내가 억울한 건 둘째치고

과연 저 방법이 회사에는 도움이 되는 방법인가?


그런데 이런 부당한 일을 겪으면 다수의 동료들은 위로되지 않는 말을 기계처럼 내뱉는다.

“원래 승진, 고과 이런 거는 다 업무랑 따로야.”

“원래 고과는 돌아가면서 받는 거야.”

“원래 승진한 해에는 그래서 일 열심히 하면 손해인 거야.”


원래 그런 게 어디 있는가. 그러지 말라고 만들어놓은 제도를 그들이 원래 잘 못쓰고 있는걸.

그래놓고 왜 상처받는 직원을 '이런 것도 아직 이해 못 하는 어린’ 직원이라 취급을 하는 것인가.


평가자 그들은 ‘원래’ 그런 세상에서 살아왔다며 잘못된 부분을 고치려 하지 않는다.

익숙해진 우리도 더 이상 항의하지 않는다. 내년이 볼모니까.


그들은 자기보다 일도 안 하고 무능했던 직원이 자신의 고과를 뺏어갈 때 자신들도 받았을 옛날의 상처를,

‘원래’ 받아야 하는 통과의례처럼 또 우리에게 물려준다.


물론, 보상체계는 모든 직원에게 100점을 줄 수 없으니 생긴 평가제도이므로

니에게 서운한 해도 당연히 있겠다.

S급만큼 일하고도 B를 받아 서운한 그런 해가.


그러나 평가자 자신들의 편의와 안위를 위해 명백히 공이 적은 직원에게

터무니없는 유리한 조건을 적용하면서는

‘원래’라는 말을 내세워 이제껏 노력한 직원의 열정을 ‘안 해도 되는데 괜히 그런’ 불필요함으로 치부하지 않길 바란다.


폭우가 오나 폭설이 오나 출근하는 우리는

10만큼만 정당한 대우를 받아도 100만큼 효율이 나는 K-직장인이니까!

우리끼리 상처주지 마시길...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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