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 ②

대리님에게

by 류리원

대리님

이제 더 이상 이름으로 불리던 시대는 저물고

어엿한 직급을 가진 직원으로서 '김대리, 이대리'라는 호칭을 들을 때마다

소속감을 느끼게 될 거예요.


외부인에게 명함을 건네면서도 좀 더 뿌듯할 거고요.

더 이상 외부인이 "뭐라고 불러드리면 될까요. 성함? 아니면 사원님?"

이런 질문을 하지 않을 거거든요.


어리숙하고 해맑았던 사원의 시절이 끝나고

이제야 회사의 생리를 이해하게 된 건가 싶을 거고요.


사원에게 좀 더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의식도 하게 될 거고

앞으로 좀 더 성숙한 회사생활을 하게 될 나 자신에 대한 기대가 생길 겁니다.


승진 발표가 났을 때까지는 말이죠.


하지만

내 앞에는 이제 감내해야 할 많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첫째로,

이제는 모르는 걸 편하게 질문할 수 없어요.

"아직도 그걸 몰라?"라는 얘기를 듣게 될 거거든요.


둘째로,

윗분과 상의할 때에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이런 얘기도 이제 할 수 없어요.

대책 없이 갖고 와서 뭐 하는 거냐고, 나한테 뭘 결정하라는 거냐고

그 윗분이 이제 화를 낼 거거든요.


셋째로,

업무지식을 미리 장착하고 있어야 해요. 예전보다 사람들이 나한테 질문하는 게 많아질 거니까요.

사람들은 대리가 된 내가 이젠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연차라고 생각할 거거든요.

"작년에 전망한 숫자가 어떻게 되지?" "이번 실적 지역별로 보면 어디가 제일 높은가?"

준비되지 않았을 때 불시에 자주 튀어나올 거예요.


입사동기들이 모여 사원 때가 좋았다고 말하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이런 걱정 때문에 대리를 마다할 수는 없죠.

이제 기회가 더 많은 시기예요.


우선

사원때와 바교하면 사람들이 훨씬 협조도 잘해줘요.

전화해도 끝까지 잘 들어준다는 게 느껴질 거고요(사원입장에서는 씁쓸한 얘기이지만)


그리고

오히려 '일잘러'로 불리기 시작할 수 있는 좋은 시점이에요.

사원은 시선을 끌만한 이슈가 없고

과장, 차장은 인정을 받기까지 해야 할 일의 양과 부담이 많은 반면

대리는 조금만 더 책임감 있고, 조금만 더 준비성이 있으면

오히려 인정은 더 빨리 받을 수 있거든요.


남들보다

'반발짝'만 앞서 준비하면 일을 잘한다고

소문이 날 거예요.


그러니 순탄한 대리 생활을 위해

최소 이런것들은 기억해 두세요.


첫째로,

내일 보고가 있다면 미리 관련된 숫자나 데이터는 뽑아두는 연습을 하세요.

매월 실적이 나와도 전달의 실적이라도 꼭 외워놓으세요.


둘째로,

일의 양으로 승부 보려 하지 마세요.

지금 벌써 그렇게 되면 과장 때 정말 힘들어질 거예요.


셋째로,

이미지를 바꾸기 어려워지는 시기라는 걸 잊지 말세요.

가령 다른 사람에게 협조하는 순간이 왔을 때

너무 계산적인 경우에는 내가 아무리 연기를 해도 상대방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의 이미지가 되어갑니다.


넷째로,

사원 때의 어리숙함을 벗어던지고 싶다고 해서 일부러 큰소리로 전화받거나

윗사람 앞에서의 showing을 위해 타인에게 쉽게 화를 내는 습관은 절대 갖지 마세요.

분노하는 자 =일 잘하는 자가 절대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사원에게 친절하세요.

이제부터는 후배에게도 친절한 연습을 해둬야 해요.

올라갈 길만 보여 윗사람에게 더 잘하고 싶겠지만,

그 와중에 나의 평판에는 후배의 영향력도 점점 커질 겁니다.



대리님

아직도 당신의 인생에는 많은 기회들이 있는 때입니다.


솔직히 회사를 나가서 다른 적성을 찾아보기에도 늦지 않은 때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내 옆에 누군가 다른 일을 찾아 나갔다고 해서,

남아있는 내가 용기가 없거나 재주가 없는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의 자리를 지킨 것도 꽤 큰 일을 해내고 있는 거니까요.


지금 당신은

과거의 커리어에도, 새로운 미래에 대한 압박에서도

그 무엇에도 발목 잡힐 필요 없는 그런 시기입니다.


미래를 위한 어떤 선택이든 응원하겠습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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