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피 주의보 #1]대가 있는 칭찬의 독
내 자아도 살뜰히 챙기고 열심히 일하는
평범한 사람들 앞에 등장하는 방해요소들이 있다.
두통유발자, 일종의 직장생활 버그 같은 존재들이다.
그들은 평범하게 일에만 집중하고 싶은 사람들과 달리
반갑지 않은 장기를 갖고 있는 존재들이다.
(앞서 언급한 모창달인이나 주당인 그들과는 다른 유형의 장기다)
시대를 초월하는 직장 내 이런 다양한 인간군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정교한 형태로 등장한다.
그래서 이런 종류의 정교한 장기보유자들을 알아보고 회피하기 위해
그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을 찾아보려 한다.
그들은 마치 수학문제처럼 한 뿌리에서 시작해 다양한 가지를 치고 사는 모양새인데
첫 번째로 소개할 회피 주의보는 '대가 있는 칭찬의 독'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고래를 춤씩이나 추게 한다는 건 얼마나 대단하다는 것인가.
다소 작은 축에 속하는 보리고래도 25톤에 육박하는데
그 아이를 춤추게 할 만큼 칭찬이라는 것은 충분한 무기라는 거다.
일 잘해서 받는 칭찬은 당연히 좋다. 부정할 여지없이 좋은 것이 맞다.
그러나...
아무 행위도 하지 않고 받는 칭찬은 뇌물일 가능성이 높다.
상대가 대가를 바라고 '적립'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걸러 들어야 한다.
적어도 직장에서만큼은 더욱.
아주 대표적인 예로,
화장실에서 마주치면 그냥 지나치치 않고
누군가를 칭찬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꼭 한 명씩 있다.
"오늘 왜 이렇게 예뻐?", "이렇게 허리가 날씬한데 누가 애엄마라고 생각하겠어요."
대화 중에 나와도 받아치기 어려운 멘트인데
마주치자마자 앞뒤 없이 던지는 멘트라면 더 칭찬이 아닌 성격의 멘트이다.
[적립하는 칭찬]
보통 이런 칭찬은 적립성의 성격이 강하다.
그 사람 복심은 주로 뭔가 바라는 마음이다.
'나도 칭찬 듣고 싶다. 그러니 너도 한마디 해라.'
'나 이런 칭찬도 잘해주는 너그러운 사람이라고 인정해 줘라.'
'이거 듣고 어디 가서 나 친절한 사람이라고 얘기해 줘라.'
'나 너한테 업무부탁 때문에 너한테 이번 주 중에 보낼 메일 있다. 오늘을 기억해라.'
'나 저번에 네 욕하다 뒤돌아봤는데 네 동기 있더라. 내가 너 싫어한다고 오해하지 마라.'
일에 대한 칭찬도 비슷한 경우가 있다.
나를 평가하는 조직장, 또는 선배뻘이 나의 업무능력에 대해
소문을 듣고 칭찬하는 경우는 꽤 납득이 간다.
하지만, 또래나 후배가 갑자기 던지는 "일 잘하신다고 층에 소문 다 났잖아요." 등의 칭찬이라면
'너한테 잘 보이고 싶다'
'너도 어디 가서 내 칭찬 한마디 해줘라'
'오늘 밥값 네가 내라'
등의 대가성인 경우가 많다.
[내가 방금 들은 칭찬이 내 것?]
칭찬을 너무 왜곡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회사에서의 경험을 떠올려보길 바란다.
정말 일을 잘하거나, 정말 친절하거나, 정말 협업이 잘되는 사람에게는
보통 앞뒤 없이 갑자기 칭찬하지 않는다.
그 사람에게 도움을 받아 고마울 때 성의를 다해 감사의 표시를 하거나,
어디서 그 사람 얘기가 나왔을 때 동조하며 칭찬하게 되지,
만나서 '갑자기', 밥 먹다 '갑자기' 칭찬하진 않는다는 걸 느낄 것이다.
칭찬을 적립하는 그 사람들이 못되거나 나쁘거나 소위 약은 사람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물론 못된 사람들이 이 도구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러나 내가 무얼 하지도 않았는데 들은 칭찬이 있다면 반은 내 것이 아니다.
예전에 카사노바는
외모가 출중하지만 똑똑하지 않은 여자에게는 지성에 대한 칭찬을,
똑똑하지만 외모가 뛰어나지 않은 여자에게는 외모에 대한 칭찬을 하면서 마음을 샀다고 한다.
칭찬을 잘하는 사람들은 카사노바처럼 내가 갖지 않은 점도 칭찬하는 것인데,
그렇게 따지면 남은 반 조차도 내 것이 아닌 것이다.
[대가성 칭찬에는 보답에 대한 부담 갖지 말기]
칭찬이 얼마나 큰 무기인지 알고,
반인지 반도 아닌지 불명확한 칭찬을 걸러 듣고 그것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그 사람이 건넨 칭찬을 듣고 내가 무언가 보답해야겠다는 부담을 접자!
그는 그 나름의 생존 방식으로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적립하고 다니는 것인데
거기에 내가 뭘 해줘야 할 것은 없다.
대가성 칭찬을 한 사람은 뭔가 받기를 원한다.
만일 그 사람이 원하는 형태의 보답을 해주지 않아 혹 그 사람이 실망하고 원망한다면
딱 그 정도 거리를 지킬 사람이라고 결론을 내면 되니까
바쁜 와중에 괜스레 머리 아프게 보답에 대한 책임감은 갖지 말자.
[대화에서 칭찬 남발은 지양]
그리고 나도 대화할 때 기억할 사실은
편한 대화를 위해서는 칭찬을 남발하지 않는 것이다.
칭찬이 필요하다면 대화가 끝날 때쯤 해도 된다.
칭찬하지 않는다 해서 그 사람이 섭섭해할 이유가 하등 없다.
상대에 대한 고마움을 얘기하면서 장점을 칭찬하는 것,
누군가에게 전해 들은 칭찬을 건네주는 건전한 칭찬은 참 좋다.
그런데 이 사람 한번 띄워보겠다고 보따리 풀어놓듯 내놓는 칭찬은
만남 끝에 약간의 부담과 피로함을 남길 수 있다.
아무쪼록
반도 안 남은 칭찬엔 흔들리지 않고
안 줘도 되는 칭찬에 에너지 안 쓴 하루가 되셨길 바라며.
다음 두 번째 두통유발자로는
직장 내 큰 위치를 점하고 계신 역대급 버그이자,
주의보를 넘어 '경보'급에 달하는 '여우기질'에 대해 얘기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