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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h May 14. 2024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을 위한 논문 쓰기 팁



첫번째 저자로 논문을 몇 편 게재하고 나니 최근들어 저널의 리뷰어로 요청이 가끔 들어온다.


리뷰어로 다른 연구자의 논문을 검토하고, 또 최근에는 교수님이 에디터로 저술한 모자보건 책의 개정판을 리뷰하고 정리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그러면서 느낀 점을 정리해봤다.

1. quillbot, grammarly 등 영어 교정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영어 작문 공부용으로 chatGPT도 좋다.

최근에는 퀼봇이나 그래머리 등 영어를 교정해주는 프로그램이 정말 많이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단한 문법조차 틀린 논문을 보면 성의가 없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특히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은 퀼봇이나 그래머리 등의 프로그램을 강력 추천한다.

언어와 관련해서 종종 사용하는 비유지만,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있어도 입구가 좁아서 숟가락을 넣을 수 없는 용기에 들어있으면 먹을 수가 없다. 아무리 내가 똑똑하고 내 연구가 훌륭해도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전달한다면, 다른 사람은 내 연구의 가치를 느낄 수 없다. 연구자로서 영어 공부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다.

제출하기 전에 그래머리 등을 통해서 적어도 문법적인 오류가 없는지는 꼭 확인해야한다.

요즘에는 ChatGPT도 많이 활용하는 추세다. 그래머리나 퀼봇이 단순한 영어 교정 수준이라면 ChatGPT는 전반적인 맥락을 이해해서 교육 수준이 높은 원어민이 사용할 만한 방식으로 완전히 바꿔준다. 영어 글쓰기 훈련에 큰 도움이 된다.  

2. Internal review는 무조건이다. 특히 영어 원어민이 있다면 더 좋다.

지금까지 논문 작업을 하면서 가장 까다로웠던 리뷰어는 바로 내 논문의 공동저자들이었다. 간단한 표현에서부터 논리적인 흐름, 내가 놓친 주요한 내용을 미리 확인해주어서 큰 도움이 되었다. 분야마다 공동저자의 역할, 기여도 등이 다 다를 수 있지만, 공동저자가 없다 하더라도 다른 연구자에게 피드백을 받는 작업은 꼭 필요하다.

3. 논리적인 흐름이 중요하다.

세부적인 표현이나 내용은 나무랄데 없지만 전반적으로 논리적인 흐름이 맞지 않는 글도 의외로 많이 있다. 각 부분은 너무나도 아름답지만, 붙여놓으면 말이 안 되는 그림같다. 이를테면 얼굴은 사람인데 고양이 꼬리가 달려있는 느낌이다.

최근에 리뷰하고 결국에 리젝을 해야만 했던 페이퍼는 Introduction, methods, results 등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이 다 조금씩 달랐다. (예를 들어 서론에서는 아프리카 이주민 안에도 굉장히 다양한 특성이 있기 때문에 각 그룹의 특성을 이해해야한다고 있는데 방법론에서는 그 다양한 그룹을 구분해서 보기 힘들다든지...) 뚜렷한 연구질문에 대한 답이 서론/연구 배경과 연구 목적 및 방법, 그리고 결과까지 논리적으로 잘 연결되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본인이 작성하고 계속 그 내용을 보다보면 익숙해져서 논리적인 흐름을 보기 힘들때도 있는데 그럴 때는 내려놓고 며칠 후에 신선한 시각으로, 다른 사람의 페이퍼를 리뷰하듯 다시 읽어보거나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다른 사람에게 봐달라고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4. 피어 리뷰시 학교 명성은 얼마나 중요한가?

페이퍼를 리뷰하거나 내가 투고하거나 할 때 보면 페이퍼를 작성한 사람의 소속을 볼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블라인드 시스템으로 논문 저자의 소속을 보기 힘들게 해둔 경우도 있다.

사람인지라 저명한 학교 소속의 연구자라면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보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여러 논문을 보면서 느낀 건, 저명한 학교 소속의 저자들도 굉장히 형편없는 논문을 쓸 수 있고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학교 소속의 저자들도 매우 훌륭하고 유려한 논문을 쓰기도 한다는 거다.

가장 최근에 리뷰한 논문은 보건 분야에서는 내로라 하는 학교 소속의 저자가 쓴 논문이었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봤는데 말도 안 되는 논문이었다. 기본적인 문법도 맞지 않았고 표현도 명료하지 않아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힘들었으며 무엇보다 서론, 방법론, 결과가 다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결론은 잘 쓰면 된다. 논리적으로도 방법론적으로도 훌륭하고 거기다 표현까지 유려하여 읽는 것까지 즐거운 논문이라면 소속 학교의 명성은 크게 의미가 없다.

5. 많이 읽자.  

누에가 뽕잎을 먹고 고치를 만들어 비단을 만든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좋은 글을 많이 읽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읽을 때는 그냥 읽지 말고 좋은 표현, 훌륭한 논리적 흐름 등은 잘 기록해두고 내 것으로 만들면 좋다.

6. 써보자.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처음부터 첫번째 저자로 페이퍼를 다 써내려가기는 어렵다. 좋은 공동 연구자와의 협업을 통해 논문을 쓰는 방법을 배우고 저널에 투고하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면 본인이 나중에 논문을 쓸 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7. 협업하자.

논문을 작성하고 저널에 투고하는 과정은 일련의 지난한 프로세스다.

논문을 쓰고 나면, 목표 저널에 형식에 맞게 다듬고, 리뷰어가 준 피드백을 반영하고, 최종 게재 결정이 나면 편집팀과 여러 차례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수정을 거쳐야 한다. 어떤 면에서는 일정한 시간 내에 논문이라는 산출물을 생성해내는 소규모 프로젝트에 가깝다. 같은 프로젝트라도 일하는 방식이 사람마다 다 다르듯, 논문 작업도 마찬가지다. 여러 연구자가 다양한 협업 방식을 가지고 있는데 다양한 사람들과 일하다보면 그 사람의 연구 지식 뿐 아니라 협업하는 방식이나 시스템을 통해서도 많이 배울 수 있다. 주변의 좋은 연구자가 있다면 함께 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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