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라는 존재
상담이 세 시부터 있어서 집에서 한참 늑장부리다가 나왔다. 날씨도 맑고 그리 춥지 않아서 상담소까지 걸어갔다. 이제 어느정도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시기로 접어든 것 같다. 바람도 부드럽고 공기도 가벼워진 것이다. 한동안 잊었던 봄,여름이 영원할 꺼 같았던 겨울을 밀치고 당연하다듯 다가올 것이다. 봄이오면 등산을 다니기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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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새로운 사람을, 가지각색의 개성 넘치는 사람들을 만나는 상담 일은 지겹지 않고, 연역적인 지식과 귀납적인 경험이 실시간으로 교류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커다란 공부가 된다. 매일 새로운 사람을 만나 관계를 시작하는 건 木의 기운을 적극적으로 쓰는 걸 말한다. 다행히 甲寅 갑인일주로 간여지동의 나무이기 때문에 새로움을 추구하고, 새로움을 감당할 수 있는 것 같다. 연역적인 지식은 내게 인성인 水-기존의 명리 지식이 木-본원인 나를 거쳐 식신인 火-내담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표출하고 토-재성으로 도달하는 과정이다. 귀납적인 경험은 손님 관성-金의 분위기, 태도, 외모, 말을 水-정보로 수용하는 과정을 뜻한다. (같은 손님이라도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재성이 되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사람은 관성이 된다. 내담자분이 이야기와 피드백이 솔직하고 적극적으로 해줄수록 온전한 사주 상담이 이루어지는 것도 십성이 모두 통하는 소통이 일방적인 이야기보다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상담 스타일을 십성적으로 말하자면 내 식신은 정관을 극하지 않고, 합하기 때문에 훈계,교육,충고하기 보다는 내담자 입장에서 듣기 좋은 부드러운 말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안 좋게 보면 정확하게 찌르지 않기 때문에 "지금 저 좋으라고 하는 얘기 아니죠? 안좋은 얘기도 괜찮으니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라는 말을 곧 잘 듣게 된다. 안 좋은 얘기도 숨기지 않고 바로 바로 하는데 강하지 않은 어조,표현과 개운하는 법을 함께 얘기해줘서 내담자 입장에서는 별로 심각하게 안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다.
또 지금 나의 대운이 강한 수-인성 대운으로 흐르기 때문에 내담자 분들이 고민을 쉽게 털어놓게 되고, 나도 내담자분의 얘기를 잘 들어줄 수 있게 된다. 수-인성의 기운 자체가 어느정도 무게감 있고, 침착하고 차분하고 푸근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니 상담하기에 적기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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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사주팔자들
각각의 인생을 살아내는 사람들
그 안에서 발생하는 이야기와 고민들
인간이라는 존재의 개성에 감탄한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어눌함이 가엾고 귀엽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역으로 안심과 희망, 끝없는 역동성을 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