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사주팔자
설날은 역시 푸짐히 먹고 티비보며 늘어져 지내는 게 최고다. 여자친구와 함께 먹고 싶은 걸 원없이 먹은 행복한 설 연휴였다. 티비에서는 설 연휴와 겹친 올림픽 경기를 주로 보았다. 스포츠에 별 관심없어서 보는 둥 마는 둥 했지만, 어느 순간 몰입하게 되는 나를 발견했다.
스포츠 경기는 오행으로 따지면 몸의 힘과 테크닉을 극대화 시켜서 눈에 보이는 활동으로 火의 영역에 속한다. 십성으로는 경쟁의 논리인 비겁과 테크닉을 선보이는 식상이다. 지금 옆에 있는 사람들과 싸워 이기겠다는 경쟁이 비겁이라면, 자신과의 싸움으로 명예를 쟁취하고자 하는 것은 관성이다. 신살로는 장성살 가진 자 한 분야의 전문가로 경쟁력 있고, 도화살 가진 자 끊임없는 자기관리로 레벨 업시킨다. 올림픽 선수로 출전할 정도면 인복도 무시할 수 없으리라. 인복으로 말하면 년월주에 인성, 장생, 천을 귀인을 가져야 유리하다. 육체 오행으로는 생기와 활력을 나타내는 木, 열정과 움직임 그 자체인 火, 근력과 체력의 기반이 되는 土金이 조화를 갖춰야겠다. 水는 정신적 영역으로 피겨 스케이트와 같은 예술에 가까운 분야에 필요하겠다.
(활동적인 스포츠와 대조적인 것은 정적인 독서로 볼 수 있다. 스포츠가 양기 火의 기운이라면 독서는 음기 水의 기운으로 볼 수 있다. 음양적 사고방식을 잘 익히기 위해서는 단순하게 짚고 넘어가기 보다는 한번씩 뒤집어보는 생각을 해야한다. 스포츠는 겉으로는 火氣를 쓰지만 속으로는 텅비어있는 水氣다. 1초가 중요한 경기에 몸의 감각에 몰입해야지(火), 이런저런 잡생각에 빠져있지 않을 것이다(水). 반대로 독서는 겉보기엔 水이지만 머릿속으로 활발한 사고과정을 펼쳐가고 있다면 안으로는 火氣를 쓴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위에 말한 모든 십성,오행,신살을 다 충족시켜야만 한다는 건 아니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스포츠인의 사주가 궁금해서 메달이 유력한 선수들 이름이 나올 때마다 사주팔자를 펼쳐보았다. 각자의 선수들이 스포츠에 임하는 태도와 각자가 가진 무기는 당연히도 모두 달랐다. 어떤 선수는 비겁의 경쟁심으로, 어떤 선수는 편관의 빡센 훈련으로, 어떤 선수는 식신 문창귀인의 기술로, 어떤 선수는 토금 괴강살의 파워로, 어떤 선수는 장성살의 장인 정신으로 경기에 임했다. 이 모든 것에 우열은 없다. 자연으로 주어진 문법-팔자를 열심히 단련해서 누구보다 잘 활용하는 프로의 모습이 있을 뿐이다.
음악회를 가거나, 스포츠 경기를 보면 한 분야의 전문성을 갈고 닦아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모습에 경외심이 든다. 똑같이 지구에 놓인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인데 어쩜 적성에 맞는 길을 찾아 두각을 드러내는 모습이 질투와 열등감을 느낄 정도다. 나 또한 '조금이라도 더'라는 자극을 받게 된다.
그런 사람들이 대체로 사주에 잘 활용할 수 있는 글자가 드러나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사주가 그렇다고 모두가 프로가 되는 건 아니다. 팔자의 여덟 글자들은 그대로 멈춰있는 채로 모든 운명을 관장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자극이 주어지면 주어지는대로 갈고 닦이며, 운동성과 활동성이 생기게 되며 그것은 새로운 자극으로 나아간다. 특히나 요즘같은 개방된 시대에는 재성, 관성 굳이 없이도 한 글자만 잘 써먹어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