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예비군 기본 훈련을 다녀왔다. 군복만 입으면 만사가 피로하고 시간이 더디게 간다. 발거음 하나 떼기조차 귀찮고 무겁다. 군대에서 나오는 모든 물품이 그런 식이다. 걸리적거리고 차갑고 무겁고 쾨쾨한 것이다. 예비군 훈련은 2012,13년의 끔찍하게도 지루한 시간과 틀에 박힌 공간이 불쾌한 데자뷔를 일으키며, 결코 끝나지 않는 하품과 한숨처럼 천천히 지나간다. 오후에는 깜짝 눈이 와서 다행히 총도 안 쏘고 훈련량이 줄어 내내 앉아있었지만 시간마저 차가운 날씨에 굳어버린듯 했다.
신기했던 건 랜덤으로 부여받은 소속이 1학급9분대4번이었는데, 그게 내 팔자 사회환경-연월주에 나오는 글자들 숫자와 딱 맞다. 1은 壬, 4,9는 申이 천간으로 올라간 庚, 酉가 천간으로 올라간 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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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색스의 저서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구매했다. 이동진 빨간책방 팟캐스트에서 다뤄서 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인데, 이번에 나온 '의식의 강'이라는 신작도 읽고 싶어서 먼저 주문했다. 신경정신과 의사가 특이한 신경심리적 병을 가진 사람들 이야기를 적은 책인데, 사람에 대한 이해를 키워줄 것 같고, 언젠가 비슷한 종류의 글을 쓸 때 참고가 될 꺼 같아서. 다 읽고 간만에 빨간책방 팟캐를 듣고 마음에 들면 의식의 강까지 구입해 읽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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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상담은 최초로 남녀 성비에서 남자가 3명, 여자가 2명으로 남자가 앞섰다. 10명이 상담한다면 그중 9~10명이 여자인 만큼 보기드문 날이다. 또 이상했던 건 여자 한 분은 음력 생일로 알려줬는데, 그게 자신이 알고 있는 양력 생일과 하루 오차가 났던 거랑 남자 한 분은 태어난 해를 1년 느리게 알려준 것이다. 그래서 둘 다 날짜를 다시 입력해서 사주를 다시 뽑아야했고, 여자 분은 전 날 사주가 하필이면 절기가 바뀌는 날이어서 일이랑 월까지 함께 바꼈다. 30분 가량을 엉뚱한 사주를 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여자 한 분도 좀 특이했던 게 외국에 나갔다 와서 휴대폰을 개통하지 않고 일주일 전쯤 직접 상담소에 들려 오프라인으로 예약을 하고 바로 오늘 아날로그식으로 방문하신 것이다.
뭐 이런 날이 다 있지. 일진이 계축일. 31~40살이 계축 대운인데 오늘 하루를 봐서는 30대 대운이 평탄하지만은 않을 꺼 같다. 계축 자체만 보면 음기가 무지 강한 날이라 양기가 끌려오면서 남자가 더 많이 오게 되었고, 또 오늘이 나한테는 공망(밑독이 깨진 항아리처럼 나도 모르게 뭔가 새어나간다-틀어짐이 생긴다) 일이라 사주를 두 번 뽑는 일이 생긴 게 아닐지. 실제로 어딘가 가게를 어렵게 찾아갔는데 막상 도착하면 문이 닫혀있는 날에는 일진을 확인해보면 공망인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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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수업은 꾸준히 듣고 있다. 기초적인 부분을 하나씩 메워가는 면에서는 좋은데, 어느 정도 공부한 입장에서는 교수의 자잘한 실수 혹은 얄팍한 실력(실수이길 바란다)이 너무 눈에 잘 들어와서 짜증날 때가 있다. 그리고 교수들은 대체로 자기의 딱딱한 지식 체계를 전시하는 데만 관심있는 건지 도통 재미라고는 찾아보기 힘들고 지루해서 1.6배 이하로는 들어주기가 힘들다. 차라리 유투브 강의를 듣는 사설에서 배우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공인된 학위와 자격증도 있고 아직 학기 초반이니깐 인내하고 들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