辛酉日 단상

by 은한

이제는 출근할 때 걸어오면 이마에 땀방울이 흐른다. 상담소는 전면 유리로 되어있어서 그런지 출근해서 내부로 들어오면 벌써부터 후덥지근하다. 하여 벌써부터 에어컨을 틀어주고 있다. 한 여름에는 도대체 얼마나 뜨거우려고 이러는지. 여름 더위는 건대 길거리 매대에서 땡볕이 들 때도 에어컨, 선풍기조차 없이 뜨거운 와플 열기, 냉동고 열기를 온 몸으로 버텨본 경험이 있다. 벌써 3년 전 일이다. 다시는 그렇게 무모한 일을 하지는 못할 꺼 같다. 에어컨이 있는 실내 환경이라는 것으로 감지덕지해야 한다. 심지어 월세도 지금 상담소랑 비슷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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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꽤 오랜 시간 푸름을 잃었고 흐리멍텅하다. 미세먼지 때문인지 상담하다 보면 목이 건조하고 목소리가 갈라지는 경우도 생긴다. 스스로 말이 별로 없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2014년 여름부터 길거리 장사를 시작한 계기로 어느새 말을 꾸준히 해야하는 상황이 생겼고, 이제는 상담하는 1시간 동안은 주구장창 말을 해야만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상담을 반복하다 보면 레퍼토리가 생긴다. 어느 순간 말이 저절로 나오고, 말하고 있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점이 생기기도 한다. 기계적 상담으로 의식의 푸름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모든 팔자에 생동하는 독특함을 모든 개별 인격에게 흥미롭고, 값지게 전달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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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팔자 상담은 연말연시가 성수기고, 완연한 봄부터 초가을 무렵까지는 비수기다. 상담을 처음 시작한 집밥 모임에서는 일주일에 한두 번 상담해서 성수기/비수기를 구분하지도 실감하지도 못했는데 본업으로 자리잡고 나자 조금은 초조해질 만큼 예약이 줄었다. 그래서 어젯밤에는 앞으로 3년 동안의 목표를 세웠다. 다른 사람들 팔자와 운은 매일 자세히도 봐주면서 정작 내 운은 별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운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면 목표를 어떤 식으로 세울지에도 참고가 되어서 유익하다. 목표를 세우다보면 되도 않는 욕심을 부리게 되는데, 생각해보니 욕심을 부리면 큰 코 다칠 운이어서 '어이쿠'하고 목표를 절반 정도 낮추었다. 목표를 세우니 자연히 행동이 바뀐다. 곤히 잠들어 있던 뇌세포에 자극을 줘서 눈을 번뜩 뜨이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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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하다보면 대운이 언제냐고 묻는 분이 계시다. 일단 대운은 크게 좋은 운이 아니라, 길게 들어오는 10년짜리 운이다. 아마 용신운-쓰임이 좋은 운이 언제냐고 묻는 걸 텐데, 용신 운이 온다 하더라도 모든 면에서 만사형통이 아니라(그런 팔자와 대운은 극소수만 가졌으리라) 관점에 따라 어떤 면에서는 좋지만 어떤 면에서는 안 좋은 면도 함께 발생한다. 또 어떤 면에서 운이 좋게 흘러간다고 하면 어떻게든 무조건 좋은 방향으로 굴러가고, 행운이 하늘에서 뚝하고 떨어지는줄 아는 분들도 계신데 그렇지 않다. 운은 방향성의 개념으로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생각해도 된다. 목표를 향할 때 운이 따르면 가속도가 잘 붙는 것이고, 운이 안 따르면 속도가 느려지고 목표한 일이 잘 틀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바람이 불어오는데 그냥 집안에 누워있으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애초에 운에 걸맞는 목표와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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