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16 戊寅日

by 은한

요근래 사주팔자를 보는 눈이 새로이 트이고 있다. 누적해서 오행이든 십성이든 십이운성이든 흡입하고 사색한 덕분인지 사주가 다시금 새롭게 보인다. 벌써 몇 번째로 새로 보이는 건지도 모르겠다. 공부할수록 신기하고 아무리 공부해도 지루하지 않다. 명리학이야말로 동양 고전의 정수가 아닌가 싶다. 눈이 새롭게 트이면서 상담할 때 해주는 말도 더 촘촘하게 많아졌는데, 그래서 사주팔자 처음 상담할 때처럼 기의 소모가 크게 느껴진다.

첫 상담했을 땐 일주일에 한두 명 상담하면 다음날까지 추욱 쳐져있었다. 그때는 거의 명리학 공부 개론 정도만 한 생태였는데 어떻게 상담을 시작할 생각을 했는지 그 무모함이 문득 의아하다. 그 무모함이 명리 실력을 비약적으로 상승시킨 건 맞아서 지금의 나로서는 잘한 선택 같지만. 그냥 책 읽으면서 사주 공부하는 거랑 모르는 사람의 사주를 봐주며 상대하는 일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일이다. 그것도 돈을 받으면서 보기 때문에 엄청 큰 부담과 책임, 긴장을 느끼며 사주를 봐줘야했다. 그래서 상담 초기에는 당사자의 사주를 며칠 전부터 미리 받아놓고 머릿속에 새겨놓은 채로 하루종일 그 사주에 관련된 공부만 하다가 상담을 했었다. 그렇게 긴장 속에서 내내 공부하다가 직접 만나서 이때까지 공부한 대부분의 것을 기억해서 내용을 쏟아내고 또 내담자의 질문에 나름의 응용을 하며 간신히 대답을 쥐어짜내는 상담을 마치고 나면 그야말로 초토화돼서 뻗어버리는 것이다.

이제는 사주를 당일 한 시간 전에 열어봐도 여유롭게 분석하고, 필기로 정리해놓은 내용을 되새겨보고,핵심 포인트를 짚어내서 문제 없이 상담할 수 있다. 그런 과정은 비슷하게 이뤄지는데 최근에 십이운성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다 보니 사주가 더 입체적으로 보이고, 스토리텔링하는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것, 입으로 말하는 것, 피드백으로 돌아오는 것이 늘어나고 상담의 밀도가 높아졌고 에너지 소모가 더 커진 것이다. 이 소모가 다행히 반갑게 느껴지고,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있다는 안도감이 든다. 지금과 같은 레벨로 계속 상담을 하다보면 다시금 적응이 될 것이고, 기력이 좋아질 것이다. 간명 실력과 기, 상담 만족도의 상관관계를 유심히 살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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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화 기운이 강한 분들이 유독 많이 방문하셨다. 사주 상담하면 신기한 것중 하나가 날마다 어떤 컨셉과 테마가 있는 것마냥 사주의 분위기가 겹치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이것도 분명 내가 명확히 인식하지 못한 음양오행 기운의 작용으로 끌려온 것이 있을 것이다. 일진에 따른 내담자 사주의 유형도 어느 날에는 보이기 시작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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