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기.
어제는 처음으로 외국인 사주를 상담했다. 옅은 갈색 머리에 회색과 파랑이 섞인 눈동자를 가졌고 키가 엄청 크고 얼굴은 조막만큼 작은 분이셨다. 고향은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였다. 계절, 기후가 어떻냐고 물어봤다. 사주는 기후를 중요하게 작용하는 학문이니깐. 한국과 계절이 거의 비슷하고 날씨는 조금 더 뜨겁다고 했다. 여름에 좀더 덥고 겨울에 좀더 온화하고. 그러면 팔자를 감정하기에 앞서 火의 기운을 좀더 가미해서 상담해야한다. 만약에 기온이 더 떨어지는 지방이었으면 水를 가미해야하는 것이고. 한국 말을 잘 알아들으시냐고 물어봤는데, 국내 최상위권 대학교 국문학과라고 해서 질문이 민망해졌다. "아, 그럼 저보다 한국 말을 잘하시겠네요;;"하고 여느 사람들에게 하듯 똑같이 상담을 진행했다.
외국인 분이 혼자 찾아 오신 건 아니고, 전에 지인 추천으로 방문 상담했던 분이 다른 분한테 또 추천해주셨는데, 그 분이 친구로 함께 데려온 것이었다. 그 분은 미국 교포였고, 한국에 잠시 들어와 번역학원도 다니고 번역활동도 하고 계셨다. 두 분 다 역마를 활발히 쓰고 계셨는데 팔자를 관찰해보니 한 분은 辰戌 충, 한 분은 辰午 격각이었다. 꼭 인신사해 생지끼리의 충이 아니더라도, 왕지고지의 충, 격각 또한 어느 정도 역마의 작용을 한다고 인식해야 한다. 충,격각이라는 게 운동성이 완전히 반대 궤도로 흘러가기 때문에 그것들을 둘 다 추구하는 과정에서는 이동,변동이 따른다.
두 분 다 사주를 처음 보시는 것 같았는데, 대체적인(?) 한국 사람들과 상담할 때랑은 조금 다른 분위기였다. 조금 더 가볍고 유쾌한 느낌이었달까. 중간중간 웃음이 많으셨고 나중에는 나도 덩달아 웃게 되었다. 처음에는 뭔가 비웃는 것 같기도 해서 기분이 묘했는데, 얼마 안 있어 그냥 가볍게 받아들이는구나 정도로 나도 받아들였다. 상담이 마쳐갈 쯤은 둘다 사주에 꽤나 흥미와 재미를 느낀 것 같아 나도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머리를 쥐어짰다.
상담을 마치고 사주를 처음 보셨는데 어땠냐고 질문했다. "재밌네요. 너무 잘 맞아서 놀랐어요. 비슷해보이는 글자들인데 옆에 친구와 다르게 풀이되는 것도 신기했어요. 특히 이러저러한 것들에 많이 공감됐어요" 번역을 하시는 분께는 "저도 이렇게 사주를 푸는 게 번역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라고 하니깐 "그럴 수 있겠네요. 이렇게 글자들을 푸는 거니깐"하고 금방 공감해주셨다.
태어난 지역이 한국이 아닌 미국이라 사주가 안 맞으면 어쩌나하는 우려가 있었는데 다행히 그 지역은 비슷하게 적용이 되었다. 영어 공부를 더 해야하나.. 통역 AI가 얼른 상용화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