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해서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펼쳤다. 그런데 웬 거미 한 마리가 천장과 책상 사이의 허공에 고요하게 매달려있는 게 아닌가. 그 존재가 징그럽고 혐오스럽기보다는 어떤 생존본능과 사고방식, 과정을 거쳐 지금 이 공간에 떠있는지 궁금했고 잠시 관찰해보기로 했다. 그는 능숙한 솜씨로 거미줄을 뽑아내며 점차 아래로 내려왔다. 거미의 크기에 비례한다면 꽤 빠른 속도로 내려오는 셈이었다. 그러니까 이 거미는 여기 천장에 거미줄을 붙여 그것에 의지한 채 내려오고 있는 건데, 그 천장으로부터 내려온 길이와 거미의 크기를 인간으로 비교하자면 그래도 아파트 15층 높이는 되지 않을까? 그럼에도 그는 아주 고요하고 차분하게 아무 일도 아니란듯이 자신의 거미줄에 무한한 신뢰를 가지고, 자신의 몸짓에 무한한 자신감을 거느리고 내려오고 있었다. 인간 세계에서는 미션임파서블이나 007 따위의 액션 영화에서 볼 법한 행위가 곤충 세계에서는 비일비재한, 아무렇지 않은 일상의 한 폭이다.
그는 마침내 노트북 스크린을 지나 노트북의 본체에 안착했다. 잠깐 어느 방향으로 갈지 정하는듯 보였는데 금세 정했는지 노트북 오른쪽 방향으로 거침없이 나아갔다. 그에게는 선택 후의 미래, 구체적인 경로만 있을 뿐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나 후회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리고 그는 책상 아래 방석이 깔려있는 의자를 향해 다시 낙하를 시도했다. 그의 거미줄을 뽑아내는 솜씨는 지나치게 자연스러워서 마치 당연히 있는 길을, 자주 드나들었던 골목길을 무심하게 지나가듯, 처음이자 마지막일 거미줄 길을 타고 내려갔다. 나는 그가 내려오기 시작한 책상에 그의 투명한 거미줄이 아직 붙어있나 궁금해져서 눈에 보이지 않는 거미줄을 짐작해 손으로 떼어냈더니 아직 거미줄, 그의 교통 수단은 여전히 그의 일부였고 그는 그만 균형을 잃고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나에게는 불확실하고 미세하게 투명했던 거미줄이 그에게는 명백한 교통 수단이자 하나 뿐인 길이었다.
그는 낯선 제 3자의 개입에 영문도 모른 채 당혹스러운듯 보였다. 어쩌면 생존 본능으로 인해 지독한 공포를 느끼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곳의 눈에 닿지 않는 구석구석 존재하는 짙은 안개같은 거미줄이 녀석의 작품이었겠구나 짐작했다. 휴지를 여덟 칸 정도 뜯고 반을 접어서 그를 감싸 안았다. 그는 생존 본능의 일환인지 온 몸을 최대한 오무려서 똥그랗게 말려있었다. 나의 작은 손짓과 미세한 힘이 그를 죽거나 다치게 하지 않기를 소소하게 바라며 그를 문밖으로 흘려보내려 했다. 때마침 겨울 찬 바람이 불어서 휴지가 흔들렸고 나는 그가 떨어지는 과정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다. 휴지를 다시 들여다보니 그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또 어디론가 프로페셔널하게 착지해서 새롭게 주어진 가혹한 환경에서 그의 익숙하고도 새로운 교통 수단과 골목길, 건축물을 통해 아무런 미련도 후회도 없이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생계를 꾸려나갈 것이다. 그러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