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의 미래

by 은한

나는 샤워를 할 때, 창틀에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틀어놓는 습관이 있다. 작년 4월쯤이었나 여느 때처럼 그렇게 창틀에서 스마트폰을 쥐고 음악을 틀려고 하다가 손이 미끌려서 스마트폰을 놓쳤는데 창문바깥 쪽을 향해 떨어질 뻔 했다. 다행히 방충망이 있어서 떨어지지 않았는데 나는 그게 없는 줄 알고 말 그대로 '심쿵'했다. 심쿵하면서 들었던 묘한 감각이 있는데, 마치 내 몸중 일부에 큰 위협이 가해질 상황이 벌어졌을 때 마냥 간이 쪼렸다는 말이다. 예컨대 뜨거운 물을 발쪽으로 쏟을 뻔했다거나, 계단이 있는 줄 알고 내리걷다가 그게 없어서 털썩 바닥에 발이 닿을 때 같은 위협이 가해진 느낌. 그걸 스마트폰이라는 '물체'에서 느낄 수 있었다. 스마트폰에 거주하는 자아가 그런 감각을 만들어낸 걸까?


그렇게 이질적인 감각을 계속 떠올리며 샤워를 하다가 이상한 상상을 하기에 이른다. "나중에 가면 진짜로 스마트폰에서 실제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몸이 진화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진화론의 이론상 진화는 아주 오랜 세대를 거듭해야 뭔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성질 급한 인류는 문화와 기술을 통해 진화의 인내를 해소해왔다. 그럼 이런 상상은 어떨까. 훗날의 미래 세상에서는 스마트폰의 전파와 사람 머릿속의 뇌파를 교묘하게 조정, 채널링하여 주파수를 맞추고 더 이상 스마트폰은 물체로서 존재하지 않고 정신적으로 한 개인과, 인류 공통과 함께 정신의 도구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니깐 머릿속 시각화나 뭐..어떤 것이든 어떤 경로를 통해 뭐든 검색할 수 있고, 누구와든 연결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모든 개인이 아주 스으-마아-트으 하겠지.


한편 이게 아주 독자적인 상상이 아닌 게, 고딩때 본 영화 <A.I.>에 나오는 외계인들은 모두가 저렇게 머릿속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래서 걔들은 소통짱들이라 엄청 평화롭게 진보적으로 이성적으로 잘 살고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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